이제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간다
오늘도 병원에 다녀왔다. 드디어 일주일에 한 번씩만 갈 수 있게 되었다. 병원에 도착해서 체크 원장님을 먼저 만나, 약이 많이 적응된 현재 상태를 알리고, 그다음에 여자 원장님과 간단한 상담을 진행했다.
잠도 푹 자고, 약도 지금까지 중에 제일 잘 맞는 것 같아요.
체크 의사쌤은 키보드를 탁탁거리며,
약도 여태까지 중에 제일 잘 맞으시고,
우울한 기분도 많이 나아지셨네요.
이제 약이 슬슬 적응될 때가 됐어요.
앞으로는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에만 보기로 합시다. 약은 지금처럼 고정적으로 당분간은 가보고,
상담은 지난번에 여자 원장님과 하게 되실 겁니다-
귀찮은 숙제를 하나 끝내고 한껏 후련해진 듯한 기분으로 나를 진료실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만나게 된 여자원장님,
약을 먹으니까 확실히 부정적인 생각은 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스트레스받을 때 원래 몸이 아픈데, 그게 좀 덜 해졌어요.
이번에도 나를 조금은 더 호의적으로 봐주길 바라며 좋은 이야기를 먼저 꺼내보았다. 여자 원장님도 한결 차분한 목소리로 소리 내어 공감하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리고 제가 요즘 글을 쓰는 데요, 그게 도움이 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자 선생님은,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그런데 일기라고 노력해서 쓰는 글보다는,
우울하면 맘껏 우울한 대로 쓰레기통처럼 쓰는 글도 있거든요. 그런 것도 해보시면 도움이 될 거예요.
혹시나 내가 우울한 감정을 가짜로 꾸며서 글을 쓸까 하는 우려일지, 감정에 솔직해지길 바라서일지,
글쓰기로 더 큰 치료효과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게 말씀해 주셨다.
이야길 듣고 한참 생각하다가,
제가 병원을 다닌 게 처음은 아닌데요. 예전에는 그런 글을 썼던 것 같거든요. 근데 요즘은 그래도 남들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으로 약간은 정돈된 스타일의 글을 쓰고 있어요. 그래도 남이 보기에는 의식의 흐름처럼 느낄 수 있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그렇게 쓰고 있거든요. 그게 제가 전보다는 나아져서 그런 글을 쓸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내 딴에는 앞으로 많이 피곤하게 굴지는 않을게요. 계속 뵙겠지만 좋은 모습 보이도록 하겠다는 선포, 그러니 잘 봐달라는 부탁 같은 의미로 얘기를 이어갔다. 선생님은 크게 반응하지 않으시고 그저 끄덕여주셨다.
그리고 글이 도움이 되니까 그렇게 하라고 하셨다.
-
오늘 병원에 가면서는,
다른 환자들에 비해서 내가 너무 평이한 감정을 가지고 있을까 봐, 그래서 도대체 당신은 이곳에 왜 왔냐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너 말고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왜 이렇게 예민하게구냐는 식의 반응이 있을까 봐 두려웠었다. 그리고 약이 고정된 앞으로도 계속 두려움이 계속될 거 같다. 또 다른 한 켠에는 너무 약에 의존하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도 질문을 해보았다.
답변은 6개월에서 1년, 6개월에서 1년은 중단하지 않고 약을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럼 그 이후에는요?
그 이후에는 병원 못 오나요?
혼자 살아가야 하지요?
질문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하지 않았다.
혹여나 피곤하다 느낄까 봐,
나를 귀찮아할까 봐 그냥 그대로 삼켰다.
의사가 그러한 만큼,
나도 나를 귀찮아하지 않는
나날들을 보내야겠다.
.
오늘은 원래, 할 말이 없을 거 같아서 지난 주말 있었던 술자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근데 그걸 얘기하면 술 마셨다고 혼을 내려나?
정말 즐거운 술자리였어요.
제가 요즘 정말 술을 많이 못 마시는데,
와인을 한병 이상 마시고도 멀쩡했어요.
술을 먹고 약을 먹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안 먹다가
새벽 세시가 넘어가면서 약이 아니면 잠을 못 잘 까봐
결국 먹었어요.
한 시간 정도 뒤에 얕은 잠을 잤어요.
자는 건 힘들었지만, 다음 날 컨디션도 괜찮았구요-
반가운 만남들이 종종 있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