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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어 Mar 13. 2024

3년만에 다시 찾게 된 정신건강의학과 후기

2024,

유전적/후천적으로 우울한 성향을 가지고 태어난 나는 10대 때 처음 한의원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때 처음 심리검사든 정신과든 방문을 해서 치료받았어야했는데, 그땐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나의 부모는 당시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게 스무살이 되고 방황이 시작됐는데 가장 먼저 나타난 건 신체화였고 그렇게 힘들기만 했던 서울 생활과 학교 생활을 잠깐 스탑하고 몸을 고치는 시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때에도 마음이 아닌 몸에 문제가 있는 거라 스스로 채찍질하며 열심히 운동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갑자기 날 덮쳤다. 기댈데가 없었던 나는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아 그대로 심리상담 비용으로 지출했다. 그때가 2015년, 상담은 2016년 17년까지 지속되었다. 다행히 잘 맞는 상담쌤을 만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고, 심리 상태가 불안정하고 예민한 내 성향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계속 상담을 받거나 약 처방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지속되지 못했고, 그래서였는지 2020년 코로나와 함께 다시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정신건강의학과에는 스무살이 되던 2013년 즈음 첫 방문을 했었는데, 그때의 처방과 방문이 안 좋은 기억으로 남아 이후에도 병원 가기를 극도로 꺼려하며 살아갔었다. 그래서인지 2020년도에는 심리상담에 의존하는 스스로가 나약하게 느껴져 최소한의 상담으로 불면증만을 치료받고 싶었다. 그렇게 약 1년의 시간을 보내고, 이후에 찾아온 삶의 변화들로 약 없이도 일상생활이 그럭저럭 가능한 시기가 찾아왔다. 그렇게 삼십대가 된 지금, 또 다시 우울증이 도져 체중은 10kg 가까이 늘게 되었고, 두통과 무기력증으로 기억력 저하, 카페인 중독, 알콜 중독 과정을 거쳐 메니에르, 장염. 한달동안 낫지 않는 지속적인 두통으로 이제야 심각성을 깨닫고는 상담이든 약 처방이든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다시 한번 병원에 방문하게 되었다.



우선, 병원에 가기 전 객관적인 내 상황을 미리 알아두고 싶어서 마인드카페를 통해 심리검사를 진행해보았다. 비용은 3만원 지출하였고, 검사 후 24시간 후에 결과지가 도착했다.


그렇게 받게 된 결과지.


중증도 우울

번아웃

PTSD, 분노, 신체화 위험단계


웃프게도 직무스트레스 부분에서는 모든게 정상이었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맡은 일은 티 안내고 해내려는 나이기에.. 이러한 결과를 낳은듯하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는 부분은 직무스트레스인데..(흠)


수면이나 음주는 최근 일주일 동안은 큰 문제가 없었기에 정상 판정을 받았다.


우울 정도가 생각보다 크다는게 의외였고,

번아웃도 완전히 예상한 부분은 아니라 새로웠고,

PTSD는 진짜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무슨 외상후 스트레스가 있을까 내가..?


아무튼 다른건 몰라도 번아웃 판정을 받고나니 계속 아무것도 하기 싫고 무기력한게 번아웃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 치료하면 그 증세는 나아질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재미 없고 하기 싫어서 힘든 요즘이라-


토요일인 오늘, 병원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우울 점수가 높고 신체화 점수도 높아서 위험한 정도라고, 다행인건 자살 생각까지는 안 간다는거~ 왜냐면 난 죽는 건 너무 무섭그든.. 뼛속까지 크리스천이어서 일수도 있고- 그치만 사후세계는 없었음 해.


암턴 의사쌤 성격도 심플한게 맘에 들고, 오늘 아침약-그리고 오늘 저녁약 두개만 먹었을 뿐인데 두통에 효과도 있고 마음도 훨씬 가벼워진거 같아서 기분이 괜찮다. 앞으로 계속 치료 받다보면 나아지겠지. 진짜 내 자신이 지긋지긋하고 짜증나지만 그래도 이렇게 태어난걸 우째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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