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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어 Mar 13. 2024

오늘의 이야기

폭력적인 남동생과 무기력한 누나

누나에게 폭력적으로 구는 아이가 있다.

둘은 연년생 남매이다.

우리 학원에 온 지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는데,

처음부터 동생은 누나의 이름을 부르고,

야야 거리는 모습이 심히 거슬렸다.


80년생 직원분께 이야기를 해보니,

남동생들은 원래 그래요~ 나도 어렸을 때 동생한테 많이 맞았는데-

충격적이었다.


누나를 때리고,

누나라고 하지 않는 남동생은 당연한 거라니.

그리고 이어서 나를 의심했다.

내가 예민한가.

내가 꼰대인가.

내가 더 어린데?

내가 젊은 꼰대라 그런가.

친근함의 표시일 수 있어.


그리고 얼마 후.

선생님은 늘 그렇듯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와서

00이가 **한테 너무 무섭게 하더라구요. 집에서 어떻게 교육을 하는지~
**도 아까는 겁먹어서 숨더라구요.


그 남매에 대한 혼자만의 생각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학원 선생님인 내 앞에서도 이렇게 구는데,

집에서는 얼마나 더 할까.

부모가 없는 둘만 있는 공간에서는?

부모는 어째서 이 둘을 이렇게 내버려두었을까.

그 둘의 부모가 원망스러웠다.

그들은 어쩌면 나에게 너가 자식 키워봐라 그런 소리 쏙 들어간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어제는 동생이 잔뜩 상기된 채로 학원에 씩씩거리면서 들어와서는

누나의 코앞에 서서 뭐라고 구시렁거리며 겁을 줬다.

누나는 겁에 질렸다.

그렇지만 어찌하지 못했다.

도와달라고 소리 지르지도 못하고,

도움을 요청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누나.

나는 그저 살기 띈 눈으로 동생을 노려보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그들의 부모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고,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떠한 말이 저 아이를 가르칠 수 있을까.


00아 누나한테 그러면 안 되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엄한 목소리로 그에게 소리쳤다.

눈치가 없는 아이는 아니라,

애교가 없는 아이는 아니라,

슬금 슬금 눈치를 보며 누나에게서 멀어졌다.

무엇보다 도와달라고, 얘가 나 괴롭힌다고 이 쉬운 말을 뱉지 못하고

그저 겁에 질린 눈으로 날 쳐다보는 00이의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


오늘은,

종이를 둘둘 말아 몽둥이 모양을 만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는 그 아이를 말렸다.


내 스스로 그 둘을 중재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그 행위가 먼저 줄어들어야 한다.

아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남동생이라는 이유로 누나를 막 대하는 건 당연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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