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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Oct 11. 2017

지중해의 길냥이들 스물두 번째 이야기

나는야 영원한 귀염둥이 

길냥이 무리를 처음 만났을 때 4마리의 아기 고양이가 눈길을 끌었다. 

열여덟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비실비실 텅을 필두로 오늘 이야기에 등장할 귀염둥이, 그리고 앞으로 등장하게 될 스모키, 베이비가 그 4마리다.


녀석들의 어미는 누군지 모르지만.. 아마도 사라진 성묘 중 한 마리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녀석들을 처음 만났을 때는 대부분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 몇 마리나 살아남을까 걱정이 됐었다. 하지만 우리가 먹이를 주기 시작하며 건강해지고 제법 멋진 성묘로 자라고 있는 녀석들을 보자니 뿌듯함과 함께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털도 듬성듬성 힘도 없던 귀염둥이는 우리를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법 토실토실 살이 오르고 털도 이쁘게 나기 시작했다. 

텅과 귀염둥이는 아기때부터 지금까지 늘 함께 붙어다니는 단짝이다.

그리고 부쩍 건강해진 녀석은 건강해진 만큼 장난도 심하고 욕심도 많아졌다. 

아기 때는 텅과 장난치고 성묘들을 쫓아다니느라 우리에게는 관심 없던 녀석이었는데 

어느 날 불쑥 먹이를 내려놓는 손에 자기 머리를 들이밀었다. 

아니 들이미는 정도가 아니라 비비고 부비고 드러눕고 온몸으로 자신을 쓰다듬어 달라는 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우리가 다른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면 질투로 인해 먹던 음식도 버려두고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다. 

우리 손이 높이 있기라도 하면 펄쩍 뛰어올라 자기 머리를 손에 갖다 댈 만큼 질투도 애정 갈구도 상당하다. 

텅....너 내 친구지? 아니 어쩌면 형제인가? 

텅... 저 인간의 손을 차지하고 있는 까맣고 찰칵 거리는 게 맘에 안 들어. 
저 이상한 것을 없애버릴 방법이 없을까? 

바보야... 저거 가지고 온 날은 우리 옆에 더 오래 있어서 후식까지 가지고 오잖아.  
뭔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좋은 게 분명해. 

 

그런가???

아... 맞다.

내가 이렇게 멋지게 서 있으면 찰칵찰칵 거리다.. 좀 바보같이 실실 웃기도 하고, 

나더러 이쁘다며 애교도 부리고 후식까지 주면서 많이 쓰다듬어 주지..


그래... 인간아 요렇게 멋지게 바라봐 줄게.

조금만 찰칵 거리고, 그 가방 안에 있는 후식 좀 내나 봐. 

그리고 내가 잠들 때까지 내 목덜미나 쓰다듬으려려려~~~~음냐음냐.

"어우~~ 귀여워~" 탄식처럼 쏟아내는 딸아이의 말처럼 녀석은 여전히 귀엽고 여전히 아기 같다.

아기 때부터 매일 봐서인지 이제는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마음껏 장난치고 응석을 부리는 귀염둥이. 

우리 가족 옆에서 떠날 줄을 모르다가 우리가 짐을 챙겨 자리를 뜨면 멀리 까지 쫓아와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녀석... 그런 녀석을 볼 때면 마음 한 구석이 짠~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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