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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ris Nov 08. 2017

지중해의 길냥이들 스물다섯 번째 이야기

딸아이를 울리는 길냥이 샤이니 

"야옹... 야옹..." 

녀석은 언제나처럼 한 발자국 떨어진 상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우리를 따라 걸었다. 

"엄마... 어떻게 해?

딸아이도 언제나처럼 녀석이 불쌍하다며 그렁그렁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냥이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의 냥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서는데 그중 한 마리가 우리에게 다가 설 방법을 찾지 못하고 주위를 맴돌며 마음을 아프게 한다.  


커다랗게 젖은 눈동자가 늘 반짝거려 "샤이니 아이즈"라고 이름 붙인 녀석. 

무언가를 갈구하는 눈동자로 우리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녀석.

바로 이 녀석....


먹이를 먹고 나면 딱 한 발자국 떨어져 젖은 눈으로 우리 가족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우리가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하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하염없이 따라오는 녀석이다. 

"야옹... 야옹" 자기가 옆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건지, 가지 말라고 잡는 건지..

녀석은 끊임없이 울면서 우리를 따라다닌다. 

처음에는 다른 냥이들처럼 자신의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구역이 끝나는 지점에서 큰소리로 울어대더니 어느 순간부턴가 자기 구역을 벗어났는데도 한없이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돌아가겠지.. 돌아가겠지.. 설마 하며 걷다가 너무도 오래도록 우리를 따라오는 녀석에게 화들짝 놀라서 한참을 멍하니 서있다가 녀석을 떼어낼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녀석을 떼어놓기 위해서 세 식구가 서로 다른 길로 돌아가기도 하고, 신랑이 중간에 녀석과 세일링 클럽으로 돌아가기도 여러 번.. 그때마다 신랑은 정말 어렵게 어렵게 녀석을 따돌리고 돌아오고는 했다.

결국 길냥이들에게 먹이를 준 뒤 녀석을 떼어놓는 일이 우리의 커다란 숙제가 되어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딸아이와 둘이서만 냥이들에게 먹이를 주러 나갔다가 딸아이가 눈물을 흘리는 일이 생겨버렸다.  

그날은 언제나처럼 따라나서는 녀석을 따돌리기 위해 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반대쪽은 익숙하지 않으니 구역을 벗어나는 두려움 때문에 멈추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녀석은 도저히 멈출 생각을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저녁 산책을 나온 한 무리의 사람들 틈에 끼어들었다. 

우리가 낯선 사람들 사이에 끼어드니 녀석이 쉽게 다가서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주변에 있는 커다란 구조물 뒤에 숨어들었다. 


"야옹... 야옹..."

갑작스레 우리의 흔적을 놓친 샤이니는 한동안 주변을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리며 애타게 우리를 찾았다.  


"야옹.. 야옹.."

녀석은 사람들이 지날 때마다 혹시나 우리가 그 사이에 끼어있나 다가갔다가 낯선 사람들 이란 것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서 저만치 달아났다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하던 녀석은 결국 지친 모습으로 자기 구역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불쌍해.."

숨어서 샤이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딸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바닷가 산책로를 통해 집으로 돌아가면 샤이니를 다시 마주치게 될까 봐 먼길을 돌아 집으로 향하던 중 딸아이가 말없이 눈물을 닦아내며 바닷가를 바라본다. 

뒤돌아 가는 그 모습이 어른인 내게도 무척이나 짠하게 느껴졌는데 어린 딸아이에게는 더더욱 슬프게 느껴졌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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