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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elix Park May 15. 2024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인생을 즐기십시오

1.  투자는 지적행위의 연장선


재테크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하여 '인생을 즐기십시오'라는 교훈을 얻은 된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투자 지침서. 


유럽의 위대한 유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의 저서는 기존에 읽어왔던 미국과 한국의 수많은 투자 지침서들과는 시작부터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투자라는 관점을 바라본다. '돈'이라는 주제를 한국어로는 표현하기 애매하지만, 'Rich'라는 관점이 아닌 'Wealth'라는 관점에서 접근한다고나 할까나?


그는 인생의 가장 핵심적인 목표로 안락하고 평화로운 삶을 지향해야 하며, 돈은 어디까지나 이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바라보았다. 무엇보다도, 그에게 투자라는 행위는 단순히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사후 그의 유작에 서문을 대신 남긴 그의 친구가 증언하듯, '자신의 생각이 정당성을 인정받는 순간의 기쁨을 맛보는 것'에 관한 지적인 즐거움을 얻고자 하는 행위의 연장선이었다. 코스톨라니 스스로도 자신의 투자가 성공한 순간은 돈을 넘어 자신의 상상력이 현실화되고 이를 맞췄다는 지적인 희열이 더 컸음을 고백한다.


투자에 성공하면 나는 벌어들인 돈 때문이 기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궤를 달리 한 나의 생각이 옳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룰렛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승리를 즐긴다. 하지만 지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즐겁다. 왜냐하면 그는 게임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스릴 그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다.



2. 투자는 자신만의 철학과 상상력에 기반해야 한다.


그는 투자자는 저널리스트와 같이 예리한 시각과 폭넓은 상식을 갖추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겸비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어설픈 표면적 지식이 아닌, 진지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여 나온 고찰의 결과에 근거하여 투자를 하고 그 결과를 감내하는 자질을 갖추었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투자자가 됨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으로부터, 진정한 성공은 늘 시간을 두고 이루어진다고 이야기하던 세네카의 모습이 겹쳐졌다. 


세네카가 타고난 철학자로서 역량과 인생의 불운을 통해 불후의 명성을 얻은 것과 같이, 끊임없는 경험 (특히나 실패한)을 통해 '투자자'로서 명성을 얻은 코스톨라니 또한 철학자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코스톨라니는 투자자는 반드시 자신만의 '생각'이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자신만의 생각'이 있는 투자자는 '그 생각이 옳든 그르든, 거래를 함에 있어서 심사숙고하면서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생각은 반드시 스스로의 신뢰를 얻어야 하며, 여론, 친구, 일상생활 등에 흔들려서는 안 됨을 강조하며. 특히, 그는 자신만의 생각이 곧 미래에 대한 상상력과 연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그가 자신의 상상력이 맞아떨어진 경우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단순히 장기적인 측면에서의 미래산업이 이렇게 재편되지 않을까의 수준이 아닌 중장기를 모두 고려한 정치/사회의 격동을 감안한 투자라는 측면이었다. 2차 대전이 끝난 이후의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에 대한 투자, 공산권의 붕괴 후 사들인 제정 러시아의 채권 등 그의 상상력은 단순히 장기적인 산업의 발달이라는 막연함보다, 정치/경제의 변화와 격동을 예측하는 저널리즘의 측면이 매우 강조되어 있다. 



3. 인생을 즐기십시오


그렇기에 다른 투자자들의 책과 그의 책에 있어서 가장 큰 차이점은 투자 방법론에 대한 우열이 아닌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우아하게 즐길 것인가에 대한 방법을 '투자'라는 프레임워크를 통해 설명한다는 점이었다.


(사실 고전의 반열에 오를 정도의 투자자들의 책이라면 개인의 취향에 부합하는 스타일의 차이 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글을 읽으며, 투자행위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는 기본적인 책의 목표와 함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떤 삶을 지향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만들어주는 책이었다. 


사람이 꼭 부자일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자유로워야 한다... 물질적 자유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그리고 특히 나를 좋아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괴테를 인용할 수 있는 정신적 자유를 나에게 주었다. 


결국 우리가 부를 통한 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기저에는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열망이 담겨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가 삶을 바라보는 낙관주의와 겸허함, 그리고 더 나아가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태도는 경제적 자유를 이루겠다는 열의와 함께 조급해지는 나에게 경종을 울려주었다. 


특히, 투자와 재테크를 넘어서, 삶이 추레해지지 않도록 품위를 지키고 우아함을 지향하던 그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게 남는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결코 멋져 보이는 젊은이가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매우 신경을 써서 잘 입으려고 했다. 당시 나는 언제나 자연스럽게, 그러나 정중하게 옷을 입는 멋쟁이로 통했다.... 누군가 내게 질문을 하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약간 보수적인 것이 좋으며 너무 유행을 따르는 것은 좋지 않다."

- 앙드레 코스톨라니 -


독서가 저자와의 대화라고 한다면, 매우 우아하면서 유쾌한 대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가 저자와의 대화라고 한다면 카페에서 좋은 커피를 앞에 두고 투자에 대한 가르침을 청하고 싶은 상대임이 분명할 것이다. 코스톨라니 스스로도 연단에 올라서서 대중에게 강연을 하는 공간보다, 비공식적으로 사담을 즐기며 대화를 나누고 그 안에서 가르침을 공유할 수 있는 카페를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부분을 읽으며. 그리고 그는 자신을 통해 투자기법을 배운 많은 이들이 아래와 같은 정의에 부합하는 투자자가 되기를 열망했다.


 '투자자'란 지성인이며, 경제의 발전, 정치, 사회를 제대로 진단하고 그것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심사숙고하는 증권거래인을 의미한다.



물론 이러한 투자자가 된다면, 경제적 자유는 이미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그의 글은 투자라는 항해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위성항법장치나 GPS의 역할이 아닌 오래되고 낡았지만 위기의 순간 (전기가 통하지 않고, 통신이 되지 않는 순간 등)에도 기능할 하나의 훌륭한 나침반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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