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글쓰기
András Schiff가 연주한 바흐의 피아노 곡을 틀어놓은 채 모니터를 바라본다. 현재 당신의 삶은 객관적으로는 나쁠 게 없는 하루들의 반복이다. 괜찮은 수입을 주는 직장, 아직은 건강하신 부모님과 가족들, 답답하지만 결국 당신이 해야만 하는 미래를 위한 활동들 (외국어 공부, 재테크 등).
하지만, 당신은 간혹 가다가 느껴지는 권태로움과 공허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하여 항상 고민한다. 독서에 집중하거나, 해야 할 일 등에 대하여 생각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때로는 무의미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지쳐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본능적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어쩌면 해야 할 숙제와 일등이 보이지만, 하기 싫은 걸 미루느라 그럴지도 모른다. 최근에 점점 강해지는 이러한 스스로의 행태에 대하여 상당히 비판적인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스스로가 세우고 지키고자 하는 루틴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내면의 힐난 등이 느껴진다.
왜 우리는 자꾸 미루는 것일까, Procrastination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지연행동(遲延行動, procrastination)은 해야 할 일을 불필요하게 미루는 것을 말한다. 불필요하고 비자발적으로 지연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일에 대해 미루는 것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일을 연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주로 더 즐거운 일을 덜 즐거운 일보다 먼저 하거나 덜 중요한 일을 더 중요한 일보다 먼저 하는 습관이다. 따라서, 이렇게 미루어진 일은 미래에 더 급한 일이 된다. 종종 지연행동은 최종기한 직전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타난다. 지연행동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다. 지연행동은 죄책감, 무능함, 우울감 혹은 스스로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게 만든다.
곰곰이 읽어보니, 당신은 '지연행동'이라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무능함과 우울감에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왜 무능함과 우울감을 느끼는 것일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당신의 삶은 나쁠 것이 없다. 하지만, 당신은 불필요하게 빠른 성공과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의미 있는 결과는 결코 빠른 시간 안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내심을 기반으로 한 평범한 하루하루의 모음이 당신의 의미 있는 미래와 결과를 직조해 내는 것이다.
당신은 원하는 미래를 향해 가는 것은 아름다운 옷을 만드는 과정과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직조를 하는 과정에서 잘못 꼬이면, 그 올을 풀어헤치고 다시 짜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올은 당신의 눈에 심히 거슬리는 상태로 주의를 분산시키기도 할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당신은 완성된 옷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지도 모른다. 한 올 한 올 신경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이 그리는 전체상을 잊지 않고 나아가는 것. 그것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