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틈이 글쓰기
당신은 티 나지 않게 숨고 꾸민다. 변화의 바람이 불 때 당신이 가장 먼저 취하는 방법이다. 당신이 원하는 변화는 빠르게 찾아오지 않음을 알기에,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기로 한다. 우리의 운명은 변덕스럽기 그지없기에, 벌어지는 일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겪어봐야만 알 수 있다. 좋은 일이라 생각했던 일이 나쁜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며, 나쁜 일이라 판단되던 일이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지금도 종종 옮겨서 필사해 둔 다음의 문구와 같이 우리는 변덕스러운 운명의 흐름 속에서 그저 휩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도록 한다.
Natura deficit, fortuna mutatur, deus omnia cernit.
- 자연은 우리들을 배반하고, 운명은 변하며, 신은 높은 곳에서 모든 것을 내려다보고 있다.
운명의 여신은 눈을 감고, 자신의 수레바퀴를 돌리며 무작위로 행운과 불운을 던진다. 변덕스러운 운명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녀의 무작위적인 행운과 불운의 교차 속에서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야 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이때 가장 좋은 방법은 낮게 엎드린 채 그녀가 취하는 모든 행동을 잠자코 지켜보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당신이 운명의 변덕스러움을 인정한다면, 그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있어서 변덕 앞에서도 의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형태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해야만 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의연하게 대응하는 라이프스타일'은 무엇일까? 당신은 이를 '발산하는 삶'이 아닌 '수렴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정의하기로 한다.
발산하는 삶은 직접적이다. 장점은 무엇이든 명확하게 정의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정의하고 이에 맞춰서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한다. 눈앞에 놓인 문제상황에 대하여 직접적인 해결을 지향하기에 확실한 해결책을 도출하기 좋고, 빠른 방향으로 모든 것이 결정 난다.
단점은 직접적으로 생각하고 집중하던 것이 아니라면, 놓치거나 다양한 내외부적인 갈등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높은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는 경우도 많고, 이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져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수렴하는 삶은 이와는 정반대다.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방향의 방식이다. 스스로가 원하는 것, 내외부적인 상황의 흐름 등을 무엇 하나 확연하게 정의하지 않고, 지켜보면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하여 차근차근 대응한다. 일견 수동적인 행동양식이지만, 확실치 않은 경우의 수를 고려하기에 예상치 못한 경우의 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에 맞춰서 대응하는 것이 쉬울 수 있다.
단점은 애매모호하기에 스스로가 가진 목표와 태도 등의 주관이 낮아지고 상황에 끌려갈 수 있다. 그렇기에 수렴하는 삶은 외부에서 일어나고 얻게 되는 교훈 등을 본인이 지향하는 바에 대하여 내적으로 단단히 부여잡고 차곡차곡 서랍에 수납하듯이 경험과 지혜를 모아야만 한다.
어쩌면 글을 쓰면서 생각을 다듬는 과정도 '발산'이 아닌 '수렴'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글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발산' 하는 것이 아닌 보고, 듣고, 읽은 것들에 대하여 정리하고 이에 맞춰서 하고자 하는 것을 생각하는 '수렴'형을 지향한다면 글을 쓰는 행위는 온전히 자신과의 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 당신은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