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4.
Tantum videmus quantum scimus (탄툼 비데무스 콴툼 쉬무스)
라틴어로 이 뜻은 ‘우리는 아는 만큼, 그만큼 본다’ 이다. 이 말은 매번 아프게 진리로 나의 삶에 다가온다. 가끔 50년 중반을 넘어 60년 가까이 살아가며 늘 배우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그리고 당신도 세상을 아는 만큼 밖에 볼 수 없다.
교육자로서도 위의 말은 나를 늘 뒤돌아보게 만든다. 대학에서 26년을 보내고 어쩌다 고등학교 교장으로 온 시간이 올해로 만 4년이지만 여전히 교육은 모르는 것 투성이기 때문에 중등교육의 앎을 확장하는 것은 나의 책무이다.
그러나 아직도 가장 취약한 것은 청소년 아이들의 배움의 모멘텀을 학교가 어떻게 만들어 주어야 하는가이다. 교육자로서 학교의 장으로서 부끄럽지만, 매번 자신이 없을 때가 많다. 청소년기 아이들이 새로운 것에 눈을 뜨고, 새로운 것으로 도약하는 모멘텀을 학교교육이 제대로 하고 있는가라고 누군가 물으신다면 그렇다고 답을 할 자신이 없다.
그러나 답을 제대로 못 한다고 해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기에 누군가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달려가 만나고 그들이 알고 있는 것을 배우려 노력한다. 그러나 만나보면 대부분 자신의 경험치 안에서 닫혀 있거나, 학교 체류시간을 강제적으로 늘리는 야간자율학습 확대같은 얼토당토않은 방법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공학을 전공한 자로서 가장 안타까운 점은, 우리가 이미 공학과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으면서도 교육 현장에서 과학 몰이해, 비과학과 사이비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어떠한 공학과 과학을 기반으로 움직이는가에 대한 것을 이해하는데 일례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을 들어보자.
우주를 더 알게 한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2002년 NASA 제2대 국장인 제임스 에드윈 웹의 이름을 딴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NASA, ESA, 캐나다 우주국(Canadian Space Agency; CSA)이 개발한 허블 우주 망원경과 스피처 우주 망원경의 뒤를 잇는 우주 망원경으로, 주황색의 가시광선부터 근적외선 및 적외선 영역의 관측을 수행한다. 2024년 2월 23일 천문학자들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을 사용해 지난 400년간 유일하게 폭발하는 모습을 맨눈으로 관측한 초신성인 '초신성 1987A'의 잔해에서 중성자별(neutron star)의 존재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한다.
2022년 2월 10일 제임스 웹 망원경은 촬영 테스트를 시작했다. 큰곰자리의 별빛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고, 셀카까지 찍었고 그 결과가 너무 놀라워 과학계가 흥분하였다. 2023년 1주년 당시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제임스웹의 모든 새 사진은 각각 새로운 발견이며 세계 과학자들로 하여금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을 법한 질문과 답을 할 수 있게 해줬다”고 표현했을 정도다.
이제 만 2년이 지난 제임스 웹 망원경은 우주 초기 은하의 모습도 관측했다.
https://science.nasa.gov/mission/webb/multimedia/images/ NGC 628 물고기자리에 있는 나선은하
이런 과학 시대에 우리의 학교교육은 제대로 동기화가 되어있나 물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한정된 경험과 직관을 통해 지각된 정보만을 처리하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야 한다.
아는 만큼을 넓히는 과학적 사고
과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 우리 교육을 분석해 보아야 한다. 과학적 사고에 기반한 학교교육 분석이란 다시 말해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지 않고, 편향되지 않고, 객관적, 체계적 논리적 접근 방식을 기반으로 학교라는 공간에서 아이들의 배움이라는 복잡한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는 잘난 한 사람이 ‘저 산이야’라고 하는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 특히 학교 교육과 직접적인 영역에 있는 교사들과 정책 결정자들이 함께하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는 과정이다.
아는 만큼이 넓어지면 이전의 협소함으로 되돌아가지는 않는다. 아니 못한다. 청소년 아이들이 무엇에 지치는지, 무엇에 두려워하는지, 무엇에 불안해하는지, 무엇에 기쁨을 갖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더 알아야 그들에게 배움의 모멘텀을 제공할 수 있는 학교가 되어 교육할 수 있다.
방학 동안 열심히 청소년을 이해하는 경계를 넓혀갔으니, 조금 더 넉넉하고 여유롭게 새학기를 시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진짜로 아는 만큼이 넓어졌는지는 모를 일이나, 찬바람에도 꽃망울을 틔운 매화를 보며 그래도 설렌 마음으로 신입생과 만날 생각에 그저 기분 좋다.
오늘도 어쩌다 교장이 된 나는 전북 무주군 덕유산 자락 산속에서 학생들의 앎과 삶을 위해, Tantum videmus quantum scimus (탄툼 비데무스 콴툼 쉬무스)를 잊지 않으려 애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