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05
수많은 과학 연구의 자료들은 우려했던 것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무시무시한 표현들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은 조금만 관심을 가져도 온갖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분명하게 전해진다. 올해 7월 지구평균온도는 인류 관측 이래 최고치인 17.2℃를 기록하였고, 지금껏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이상 기후가 세계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 대멸종은 시작되었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아니 막을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가 버리고 있다. 아니 날아가 버렸다.
우리는 무관심할 뿐이다
절망적이다. 인류의 운명과 미래 세대의 안녕이 걸려 있는 일에 대한민국 현주소는 그저 "무관심"이다. 앞으로 누가 어떻게 먼저 기후위기를 경험하게 될지 뻔히 보이지만, 역시 남의 사정일 뿐이다.
'자연을 닮은 사람'을 교육 목표로 하는 푸른꿈고등학교에서는 기후위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분명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지금 당장의 '행동'이 중요한 것이기에 9월 23일 기후정의행진에 학교 공동체 전체가 참여하였다. 청소년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우리 기성세대의 무관심에 대해서.
푸른꿈고등학생들은 그 무관심에 대해 거리행진의 참여와 함성으로 기성세대에게 무섭게 되묻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그들이 써내려간 현수막을 읽는 순간 미안함을 넘어선 죄책감이 들었다.
수많은 과학적 데이터가 최악의 상황이 올거란 것을 아무리 설명해도 우리는 여전히 오늘 저녁 고기와 시원한 혹은 따듯한 안락함이 우선이고, 값비싼 물건들과 뻥 뚫린 고속도로와 신공항 그리고 내 사회적 지위가 중요할 뿐이고 이러한 모든 것을 위한 아이의 성적에 더 민감해하고, 흥분하고 걱정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지구를 살리자', '북극곰을 살리자'식의 구호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가 벌이는 모든 일은 지구의 문제도 북극곰의 문제도 아닌 내 노후와 내 아이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문제인데도, 우리는 이상한 구호로 구해야 하는 대상을 나와 상관없는 존재로 만들고 만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
재난은 영화 속에서만 있을 거란 그 안일함은 깨질 것이고, 상상을 초월하는 재난은 어느 시공간에 분명하게 일어날 것이다.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적 상식을 지닌 사람이라면 앞으로 닥쳐올 그 재난은 충분히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예견된 그것을 최대한 늦추거나 최소화하는 데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도 미래시대가 짊어질 짐의 크기는 너무 크다.
그런데도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재난에 대비한 우리 사회의 돌봄 시스템은 너무도 약하고, 약자는 삶에서 고통을 겪어야할 것이다.
기성세대의 한사람으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죄책감을 갖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되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학교 내 공동체 돌봄을 강화하는 것을 제안한다.
학교라는 공동체 안에서 상호 돌봄의 영역을 찾아 강화하고 연대하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겪을 재난에 대한 최선의 방어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돌봄이 무엇이다, 라고 확언할 수는 없으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로서 최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서로가 안녕한지 챙기는 학교(사회)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재난에 대비한 학교 내 돌봄 영역을 찾아 구축하고 확대해나가야 한다는 막연함 속에서, 그저 내년에도, 10년 후에도, 그리고 그 다음 세대에도 추석의 풍요로움이 지속가능하기만을 달을 보며 소망해 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