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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라무 Dec 24. 2022

숭고한 주제를 이토록 가학적으로 표현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바타2] 제임스 카메론

13년 만의 공개된 제임스 카메론의 신작 <아바타 2>는, 전작만큼이나 현시점에서 보여줄 수 있는 기술력의 끝을 보여주었다. 허나 동시에 전작의 문제점이었던 내러티브의 부족한 점은 그대로 옮겨간 점은 심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이야기적인 측면으로는 전작이 더 낫다. 애초에 전작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입장에서 스토리보다는 영상미를 더 집중해서 봤지만, 처음 <아바타>를 봤을 때의 경이로운 느낌에 비하면 속편은 분명 대단하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놀랍다는 반응은 아니었다. 오히려 3시간이라는 긴 러닝타임으로 인해 화려한 영상에 피로도가 더 많이 느껴지는 느낌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는 부분이 많으니 유의해주세요.


영화의 주된 주제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관한 지속 가능한 삶, 그리고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를 빗대고 있다. 여기에 2편에서는 더 나아가서 가족 간의 유대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판도라라는 행성의 바다의 천해의 자연과 동물들을 아름답게 보여주었다. 허나 해당 주제를 비춰내는 방식이 너무나도 가학적이다. 자연에 대한 이해와 공감에 대한 내용보다는, 어떻게 더 자극적으로 파괴할 수 있고 학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전사 후 아바타로 분한 쿼리치 대령과 그의 팀이 메인 빌런의 역할을 맡는다. 이방인의 모습이 아닌 푸른 피부의 그들과 동일한 모습으로 자행하는 행동들은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한다. 동시에 이번에도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는 느낌이다. 그들이 판도라라는 행성에 적응하는 과정을 이러한 방식으로 길게 보여줄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물론 전쟁고아로 남겨진 스파이더와 쿼리치 간의 관계성 때문이었겠지만 불필요하게 너무 길다.) 후반부 20분 정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 앞서 보여주는 수많은 서구 문명의 우월함이 보여주는 파괴적인 모습은 거북하기까지 했다.



1편에서의 제이크라는 이방인이 나비족에 동화되는 과정을 보여주었다면, 2편에서는 이야기를 확장하여 가족 간의 유대를 보여준다. 다가오는 위협과 공격에 대해 서로 간의 연대로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삶의 터전을 지키는 행동의 중요성을 우리로서 보여준다.


허나 스파이더라는 캐릭터의 존재는 이러한 주제를 흐릿하게 한다. 1편과 달리 외지인에 대한 포용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스파이더와 쿼리치간의 행동이, 의아한 부분이 너무 많다.(감독이 이야기를 노력 없이 쉽게 풀어가려 한다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그는 우리와 다른 종족으로서,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한다. 제이크의 가족과 멧카이나 부족보다도, 이 인물에 대해 오히려 감정이 동했다. 이는 앞으로 5편까지 남아있는 이야기로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물론 이 영화의 그래픽은 경이로울 정도로 훌륭하다. 분명 이건 영화사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길 수 있는 성취일 것이다. 허나 영화는 이야기가 더 중요하다. 우리는 이미 <아바타>를 통해 충분히 충격을 받았고, 그것을 뛰어넘을 만한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더군다나 앞으로 세 편의 추가적인 속편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192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아무리 영상미에 집중하여 보여준다 해도, 스토리가 부족하다면 속빈 강정일 뿐이다. 


그래도 1편과 마찬가지로 이영화를 통해 '인간성'이라는 단어를 깊게 되새기게 된다. 인간성이라는 단어도 승자의 입장에서 나온 단어는 아닌지, '야만성'이란 단어도 침략자들의 입장이 아닌지. 우리가 통념적으로 쓰는 단어를 생각했을때, 과연 이 영화에서 인간들이 인간적인가? 판도라 토착민들이 야만적인가?


ps. <승리호>를 두고 한국 SF 영화의 기술적인 성과내지 성취라는 말들에 대해선 그렇게 뭐라고 하더니, <아바타 2>에 대해선 기술적으로 호평하는 글들은 아이러니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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