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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흣쨔 Mar 07. 2023

함께 하자

함께


함께 하자. 라고 먼저 꺼내기 두려워한다. 상대가 거절할까 싶어서이려나. 거절하면 의연하게 그렇구나, 그럴 수 있지,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데 두려운가 보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다 일단은 혼자서라도 해내야지, 하고 다짐했던 것 같다. 하지만 다시 뒤돌아보면 같이 하자- 라고 말을 꺼내주는 이가 한 명씩 있었다.


최근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언젠가 모임을 이끄는 경험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던 차였다. 그때 나에게 누생누영은 손을 내밀고 함께 하자고 말해왔다.


모임장은 처음이라 참 떨렸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이렇게 사람들에게 오픈해도 될지, 혼란스러웠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마다 늘 준비가 덜 된 것만 같았다. 곁에서 누생누영 분들은 응원과 도움을 한 트럭씩 실어 보내주셨다. 그리고 멤버 모집이 시작됐고, 신기하게도 한 분씩 한 분씩 모였다. 그들의 이름을 읽어보며 두근두근 긴장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첫 사전 모임 날. 온라인으로 모여 모임 진행에 대해 설명드렸다. 설명은 몇 번이고 혼자 연습해보았지만 역시나 잔뜩 긴장해버렸다. 무어라 말했는지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리고 다음 순서, 돌아가면서 좋아하는 단어를 꺼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저는 이러이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연습으로 할 땐 상상으로만 채워졌던 텅 빈 공백의 시간이, 멤버 분들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의 밝아지는 표정을 마주하며 나는 점점 안심되었다.


'모임장이라는 역할에 잔뜩 긴장하고 힘을 주었지만, 어쩌면 이 모임을 이끌어 가는 이는 내가 아니라 이 멤버분들이겠다.’


2주간 글쓰기를 하며 정말 힘차게 눈을 굴렸다. 부지런히 좋아하는 마음을 살피고 글로 그림으로 꺼내 보려 했다. 그리고 나의 옆에는 신나는 얼굴로 함께 굴리는 이들이 있었으며, 우리는 제법 멋진 눈사람도 만들어냈다.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좋아하는지, 그걸 어떻게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지 되려 내가 애정을 받으며 읽었다. 그들 덕분에 나는 또 함께, 하고 싶다. 함께 할 때 더 커지는 마음 덕분에 또 같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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