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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Yeoni Aug 08. 2022

[FEEL&FILL] #0. 여행의 기준

멀리 떠나야만 여행일까?


어렸을 적엔 가까운 곳으로 가는 여행은 어딘가 심심한 느낌이 들었다.

중학생 때쯤, 집에서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캠핑장으로 1박 2일 캠핑을 갔었다.

오후에 도착해 저녁을 준비해서 먹고, 불멍도 때리고, 텐트에 누워서 친구와 영화를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근데 당시에는 여행이라기보단 나들이 정도로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시의 나는 멀리 가는 여행을 좋아했나?라고 생각해 보니,

가족여행을 갈 때마다 뒷자리에서 언제 도착하냐고 수없이 물었던 기억이 있는 것을 보면

 멀리 가는 여행을 좋았지만, 가는 동안의 시간은 즐겁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가는 동안의 시간은 여행에 포함되지 않는 것인가?

어렸을 적엔 공항에 가서 비행기를 타는 것만으로도 설레었다.

심지어 여행지에서 가이드를 따라다니며 좋아하지 않는 역사 이야기를 듣는 것보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비행기에서 창밖을 구경하고 영화를 보다가 잠드는 것이 더 좋았던 때도 있었다.


이후의 여행에서 항상 고민해왔다.

“가까운 곳으로 가는 건 왜 여행 같지 않았을까?, 왜 비행기를 타는 것이 그렇게 설레었을까?”


이젠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도, 먼 해외로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것도 설레지만

그 과정보단 여행지에 빨리 도착하길 바라는 나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나의 ‘여행의 기준’이 달라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렸을 적 혈기왕성한 나에겐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캠핑은 여행이 아니었고,

지금은 가까운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가볍게 맛있는 것을 먹고 밤이 깊기 전에 집으로 돌아오는 것도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렸을 적엔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며칠을 머물다가 오는지가 나의 여행의 기준이었다면,

이젠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행복함을 느낀다면 거리와 기간에 상관없이 여행이라고 말할  있을  같다.




여러분 각자에겐 여행의 기준이 있나요?

있다면, 그 기준을 정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나의 여행의 기준을 정해놓는다면,

갑자기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 어디로 갈지 고민만 하다가 여행을 무르는 일을 막을 수 있고,

어디로 떠나야 할지 막연할 때 여행지 선택을 조금 더 나답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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