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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kipedia Aug 17. 2015

이방만남_ 아를 호스텔 친구들

EP#7 아를 유스호스텔의 6명, 고요한 곳의 왁자지껄 이야기

아를 광장


프랑스 남부 지방,, 엑상프로방스를 향한 부푼 꿈을 안고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를 타고 지중해안을 따라 굽이굽이 국경을 넘어 반 고흐의 도시 아를로 향했다. 기차를 여러 번 갈아타는 우여곡절을 지나 겨우 아를에 도착했다.(환승은 외국인에겐 어렵다) 시간은 저녁 9시 30분경,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택시도 없고 셔틀버스도 다 끊긴 상황이었다. 유스호스텔 카운트 마감이 11시라 약 2km 거리를 걸어가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고 돈 없는 배낭객이라 택시는 꿈도 못 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도 하나 믿고 서둘러 아를 유일의 유스호스텔로 일단 향했다. 아를은 자그마한 도시라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곧 나의 불행을 암시했지만 말이다.


비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불빛은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길은 헷갈렸다. 옛 로마제국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아를은 모든 도로가 돌로 깔려있는데 설상가상으로 내 캐리어는 그 돌길에 점점 수명이 다해가고 있었다. 캐리어를 질질 끌다시피 하면서 온 거리를 헤매던 나는 공포가 엄습하기 시작했다. 사람이라도 있으면 길이라도 물어볼 텐데 어떻게 지나가는 사람 한 명 없는 것인지...... 너무 무서웠다. 그곳을 더 세밀히 묘사하자면 레미제라블의 어둡고 비 내리고 스산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시간은 흘러 흘러 10시 45분이 되었다. 나는 결국 소리치고 말았다.


Somebody help me!!!!!!!!!!....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

하지만 내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혔고 행인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아무도 없었다. 무서웠다. 엄마야...... 그렇게 울먹이며 거리를 거닐고 있을 때 새어 나오는 불빛의 건물 하나를 발견했다. 제발 제발을 마음속으로 외치며 간판을 봤는데 내가 그토록 찾고 싶었던 Auberge de jeunesse라는 글씨가 써져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호스텔을 들어섰을 때 시각 10시 55분, 때마침 카운터는 마감 준비 중이었고 매니저는 자기의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5분 전에 왔다고 아슬아슬했다며 입술을 씰룩거리며 나에게 말했다.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 젖은 옷으로 무거워진 내 몸을 이끌고 침대로 향했다. 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11월 추운 늦가을에 사람도 없는 난 아를에 왔을까? 그래도 이곳에는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이야기들이 나를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를 유스호스텔은 100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큰 유스호스텔이지만 극비수기인 현재 호스텔에는 캐나다인 1명, 남아공인 2명, 일본인 1명, 그리고 프랑스인 매니저 그리고 나까지 총 6명이 그곳에 있었다. 우리는 놀기 좋아해 보이는 프랑스인 매니저의 주도 아래 맥주파티를 열었다. 맥주는 매니저 아저씨가 다 무료 제공! 재밌게 대화를 나누자가 콘셉트였다.. 일본인 여행객은 이 자리가 머쓱했는지 계속 식당에 안 들어오고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프랑스 매니저는 나에게 일본인 관광객도  함께하자고 네가 같은 동양인이니까 데려오라고 막 부추겼다. 사실 일본인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나를 더 보챘다. 하는 수없이 나는 일본인에게 다가가서 함께 놀자고 했다. 그녀의 합류로 그렇게 우리는 다 모였다.


남아공 친구들의 이름은 제이슨 Viljoen과 로빈 Viljoen 그 둘은 남매다. 남매가 함께 여행 중이다.. 그들은 한국 청주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캐나다인 친구는 이름이 기억이 안 나지만 나탈리 포트만을 닮아서 내가 나탈리라고 부른 친구다. 이 친구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여기까지다. 일본인 친구의 이름은 리카다. 이 누나는 일본인 배우 야마시타 토모히사를 닮아 내가 야마삐 누나라고 불렀다. 그리고 호스텔 매니저인 프랑스 아저씨는 이름도 모른다. 하지만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이런저런 여행자들의 스토리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했고 맥주 한 캔 이 금세 동이 났다.


F : 혹시 맥주 더 마실 사람 있어??

EB : 음~ 난 괜찮아~, 나도 괜찮아~ 나도, 나도,, 나도,

W : 어! 나나 나 더 마실래!

F : 오… 역시 넌 한국인이구나…..

W : 엉?

F : 한국인들은 술을 정말 좋아해~! 내가 아주 잘 알지!

W : 아~ ㅎㅎ 그래, 맞아 사실이야…


 그렇게 프랑스 매니저형한테 한국인은 술을 정말 잘 먹는다고 비아냥 거리는 소리를 들으니 약간 머쓱해지긴 했으나 돈 없는 배낭여행객이 연속으로 맥주 두 캔을 먹는다는 것은 내 여행 중에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나는 그 말에 굴하지 않고 맥주 한 캔을 더 받았다. 슬프지만 맛있었다. 그렇게 맥주를 홀짝대며 이야기가 지속되다가 우리는 각국의 언어에 대한 이야기까지 흘렀다. 캐나다 친구가 말했다.


N : 한국어에서 모자 쓴 동그라미 글자 본 적이 있는데 그거 뭐야?

W : 모자 쓴 글자?  아…….! 혹시.. ‘ㅎ’ 이거?

N : 어 맞아!! 이 글자 너무 귀여워. 모자 쓴 동그라미

W : ㅎㅎ 이건 H 발음과 비슷한 히읗이란 글자야.!

EB : 오~ 한글은 너무 예쁘게 생긴 것 같아~


 우리의 화제는 캐나다 친구 나탈리의 질문으로 급격히 한글과 한국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전문적인 영어는 많이 부족해서 한국어에 대해서 제대로 설명해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쉬워하는 나탈리에게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친 남아공 남매는 내게 구세주였다. 그들은 한국어와 한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글과 한국어 강의가 시작되었다. 우리는 모두 그 얘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재미가 없어진 프랑스 매니저는 방으로 들어갔다. 참으로 신기한 광경, 외국인이 친히 설명해주는 한글의 원리와 한국어들 그 기분은 참 묘했다. 제이슨과 로빈은 한글의 우수성을 나탈리에게 설파하고 있었다. 한글에는 엄마 글자와 아들 글자가 있는데 이들이 조합하여 블라블라 다양한 음성을 만들고 블라블라~, 그동안 여행을 하면서 나에게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해봤다며 다가온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약간 속상했지만 제이슨과 로빈은 진짜였다. 진짜 선생님 같았다.. 한국에 킴치, 쏘주, 부루고기, 가루비만 아는 게 아니라 진짜 한국에 대해서 공부를 했던 사람들이었다. 심지어 일본인 리카도 엑소의 광팬이라 한글을 쓸 줄 알고 있었다. 왠 프랑스 남부에서 한글 찬양인가? 이 모든 상황이 신기하고 감사했다. 우리는 그렇게 그곳에서 한글로 하나가 되었다. 한글을 넘어 한국 음식과 다양한 한국 문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계속 나누게 되었고 사람들은 매우 재밌어했다. 오늘따라 세종대왕과 내 나라에 감사하게 되는 하루였다. 우린 그렇게 한국어로 또 한국의 문화로 서로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서로의 소셜네트워크 공유했고 지금까지도 가끔 안부를 묻는다. 후에 리카누나는 엑소 공연이 있을 때면 가끔 한국을 찾았고 나도 만나주고 갔다. 그렇게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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