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방만남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kipedia Oct 03. 2015

이방만남_ 산악부 청년, 지군 #2

EP#9_2 인도에서 만나고 만나 지고 또 만나진 산악부 청년

비내린 인도의 보라빛 새벽, 두려웠다.

 평온했던 네팔과 다르게 인도는 시작부터 혼돈의 공간이었다. 출발해야 할 기차는 비가와 3시간이나 연착이 되었고 표가 잘못되어 좌석 2등 칸에 앉은 나는 창문이 없어 들이치는 비를 맞으며 8시간을 버텼다.  결국 한 달간 참아왔던 육체적, 심리적 피로가 극에 달했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에피소드가 참으로 많지만 다음 기회에) 나의 목적지 바라나시에 도착하게 되었다. 내리자마자 거리에 수많은 사람들과 호객하는 릭샤꾼들에 의해 정신이 없었다. 오토릭샤의 시세를 몰라 물어봤던 가격은 가히 천차만별이었고 사람들이 부르는 평균가에 맞춰 릭샤를 잡아탔다. 프렉탈을 연상케 하는 구비구비의 길은 절대로 내가 가려는 숙소를 찾을 수 없을 것 만 같았고 비슷한 이름의 호스텔이 많아 릭샤꾼들도 잘 모르기 부지기수였다.  그때 마침 친절하게 동네 주민이 호스텔까지 친절히 데려주겠다며 길을 같이 동행해 주셔서 (도착 후에  그분이 가이드비를 달라고 요청하셨지만)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이 곳에서 꽤 유명한 호스텔이었다.



 그 호스텔에는 몇몇의 한국인이 있었는데  그중에 내 또래로 보이는 남자가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구수 한 경상도 사투리로 이미 묵고 있는 투숙객들과 친분을 쌓고 있었다. 얼마나 친화력이 좋으면 타 호스텔사람들까지 데리고 와 우리 호스텔 로비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마치 눈덩이가 구르면 주변의 눈이 다닥다닥 붙듯이  그분이 지나가면 사람들이 줄줄이 붙었다. 그것에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로비에서 무얼 하고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분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저 식사 안 하셨으면 같이 나가서 드실래요? 오늘 처음 오셔서 여기 뭐 맛있는지 모르죠?"

지금 식사하실 거면~ 같이 나가서 먹어요~”


 그렇게 어색한 대화로 시작된 저녁 식사는 식사 중에도 계속되었다. 뭐다 어차피 모르는 사이니까  어색해하지 말고 대화를 나누자는 둥,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갈 거며 이런 여행객들이 만나면 하는 뻔한 얘기들을 나누며 우리는 서서히 친분이 생기기 시작했다. 여행을 같이 다닌 것은 아니지만 1일 2라씨(인도 주스)를 주창했던 우리는  아침마다 라씨를 사러 갈 때 동행했으며(하나는 포장해와서 밤에 먹는다.) 각자의 여행을 마치고 밤에 모였을 때는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더랬다. 옥상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도 불렀더랬다.


지군, 그는 나보다 한살이 많고 공대를 다니고 있었으며 고향은 경상도 바닷가 출신이라 특유의 사투리를 구사한다. 산타기 및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사람을 좋아해 바라나시 일 대에 지군을 모르는 이는 드물었다. 혼자 안나푸르나를 라운딩 하다가 조난당해 죽을 뻔했으나 마을 발견으로 간신히 탈출했고 바라나시역에 도착해 내려야 하는 데 자다가 못 내려 기차 중간에 뛰어내린 기상천외하기 까지 한 인물이다. 이런 지군의 사고방식에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었다. 나 또한 지군의 이상한 웃음소리와 목소리, 사고방식이 좋았다. 우리는 친분을 쌓았고 공교롭게 떠나는 날과 다음 행선지가 같아 같이 아그라로 가서 방을 쉐어 했다. 하지만 그렇게 동행도 잠시 나는 아그라에서 며칠 더 묵을 요행이었고 지군은 근질거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해 다음 행선지로 떠나기로 했다. 그리고 굳이 아침에 가도 되는걸 새벽 첫차를 타겠다며 새벽에 홀연히 사라졌다. 그렇게 우리의 동행은 마침표를 찍었다. 


 짧지만 언제나 동행자의 이별은 아쉽다. 하지만 올 때도 혼자 온 여행이니 굳이 끝까지 동행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바란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 후 나는 곧 아그라에서 델리, 그리고 다시 자이푸르로 향했다. 사실 이 드 넓은 인도 땅에서 여행객 대부분의 루트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만났던 사람을 다른 도시에서 또 만나는 건 행운이라고 느껴지는 것이었으며 실제로 엄청난 반가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내가 자이푸르에 도착해 여행을 하고 있을 때 지군을 또 만났다. 우리는 잃었던 형제를 다시 찾은 마냥 기뻐했다.


형! 뭐야? 자이푸르로 왔어? 

그날 기차 타고 잘 갔어? 그날 인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또 보니까 

되게 반갑다.~!!!


핑크시티라 불리는 자이푸르


그 후 그 계기로 지군이랑은 자이살메르 거쳐 델리까지 동행하였고 다시 나는 찬디가르로 지군은 레로 가면서 헤어졌다. 그리고 또 마날리에서 다시 만나게 됐으며 델리에서 또 만나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인연으로 한국에서도 또 만나고 또 만났다. 결국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만나게 되는 친구가 되었다. 


형~ 형도 네팔 갔댔지? 그럼 룸비니도 갔었어?

엉 나 룸비니 갔었다~


오 진짜? 그럼 한국 절에서 묵었어?

엉 나 한국 절에서 묵었는데~


헐!! 그럼 혹시 거기 한국인 불자 아저씨도 알아??

어!!? 안다~! 너 그 아저씨 어떻게 아나?


ㅋㅋㅋㅋㅋ 그 아저씨가 말한 사람이 형이었다니 대박 신기하네

산악부 출신이고 안나푸르나 라운딩 혼자 했다길래 되게 무모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형이었네~ 그 아저씨가 형 자랑 엄청하고 나보고 꼭 만나보라 그랬는데 신기하다. 인연이네 인연!!

그러게 인연이네 인연!!


게스트하우스에서 아그라로 가는 날


참 사진을 못찍는 인도 식당 주인



바라나시역에서 게스트하우스가는 길


매거진의 이전글 이방만남_ 산악부 청년, 지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