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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혀님 Jul 04. 2018

아젤리아 뱅크스, 혐오의 페미니즘

호모포비아에게 도둑맞은 흑인 게이 컬처

프라이드의 달에 있었던 어처구니없는 논쟁이었다.


6월. 아젤리아 뱅크스가 트위터에서 루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루폴의 2017년 발표곡 Call Me Mother가 자신의 2016년 발표곡 The Big Big Beat를 표절했다는 것이다. 스포티파이가 이 곡을 지우게 만든 것을 두고 표절의 확증인 것처럼 주장했다. 물론 스포티파이는 표절이 확정된 게 아니라 논란이 되어 조사에 들어가기만 해도 해당 곡을 내린다.


실제로 아젤리아 뱅크스의 The Big Big Beat와 루폴의 Call Me Mother의 도입부는 언뜻 듣기에도 비슷하다. 첫 가사도 유사하다. 아젤리아는 "Guess who up in this bitch", 루폴은 "Guess who's back in the house"로 노래를 시작한다. 두 곡을 매쉬업한 버전을 들어보면 아젤리아의 비난이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한다.


RuPaul - Call Me Mother vs. Azealia Banks - The Big Big Beat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아젤리아가 흑인 드랙퀸에게 표절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럽기 때문이다. 아젤리아의 음악은 보그 비트를 레퍼런스로 삼는다. 보그 비트 없는 아젤리아 뱅크스는 상상하기 어렵다. 아젤리아의 FierceVan Vogue이런, 저런 보그 비트와 비교해보면 쉽다. 보그 비트에 맞춰 랩을 하거나 구호를 외치는 것을 보그 챈트라고 한다. 아젤리아의 랩도 보그 비트에 딸린 챈트와 같다.


보그 비트와 챈트를 아우르는 보그 뮤직은 컨티 하우스(cunty house)라고도 하는데 아젤리아 뱅크스는 컨티 하우스를 전용해 돈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 장르의 출처는 다름 아니라 흑인 드랙퀸의 할렘 볼룸이다. 1980년대부터 흑인 드랙퀸 혹은 게이들이 할렘 볼룸에 모여 보그 댄스를 경쟁적으로 추기 시작했다. 보그의 모델처럼 부자연스러운 곡예에 가까운 포즈를 연달아 취하기에 최적화된 하우스 음악이 컨티 하우스가 됐다.


Cunty House Medley


컨티 하우스의 구성과 맥락을 이해하면 루폴의 곡에 표절 딱지를 붙이기가 어렵다. 여전히 문제적이지만 볼룸에서 이미 흔한 비트와 챈트 스타일을 닮았기 때문이다. 무엇이 무엇을 전용했고 차용했고 표절했는지 가리기가 쉽지 않다.


다만 아젤리아의 악의는 명백하다. 루폴은 굳이 아젤리아의 진흙탕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루폴의 퀸들이 루폴을 대신해 아젤리아를 비판했다. 드랙퀸 Monét X Change가 더 이상 아젤리아의 곡으로 공연하지 않겠다고 하자 아젤리아는 트위터에 "샹년, 니 사타구니는 시큼하게 곰팡이 핀 엉덩이 거들 서스펜더 안에서 썩어 발효되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드랙 컬처의 음악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으면서도 드랙에 대해 쏟아낸 혐오의 말은 지독했다.


무엇보다 전력이 있었다. 페레즈 힐튼이나 One Direction의 Zayn Malik을 향해 동성애자 남성을 비하하는 Faggot을 쓴 적이 있다. 우리말로는 '호모'쯤 되는 말이다. 그녀가 비행기에서 난동을 피울 때도 말리는 승무원을 향해 같은 단어를 썼다. 변명을 하기도 했다. Faggot이 게이를 지칭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거나 자신이 바이섹슈얼이라는 방패를 썼다. 가장 기겁할 만한 변명"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faggot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것이었다. 성적 지향을 떠나 여성을 혐오하는 남성에게 Faggot이라는 단어를 써왔다는 궤변이다.


자신이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에 Faggot이라는 단어를 필요에 따라 쓸 수 있다는 논리는 새롭지 않다. 소위 미러링을 한다는 페미니즘 커뮤니티인 메갈, 워마드에서 동성애자 남성을 비하하거나 이런 경향을 일부로 치부해 묵인하는 모습을 허다하게 봤기 때문이다. 미러링은 아젤리아의 일관된 혐오처럼 자신들의 본질을 거울에 비출 뿐이다.

 

Madonna - Vogue


아젤리아 뱅크스가 보그 뮤직을 전용했다면 마돈나는 할렘 볼룸에서 보그 댄스를 가져와 처음 대중 앞에 선보였다. 백인 여성이 퀴어 컬처를 이용하고 보깅의 맥락을 지워버린다고 불평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럼에도 마돈나는 끝내 게이 디바가 됐다. 동시에 페미니스트, 여성해방의 아이콘에 올랐다. 그 사이에는 어떤 모순도 없었다. 부당한 혐오 없이도 우아하게 모든 것을 해냈다. 아젤리아에게는 여전히 시간이 많지만 결국 어떤 것도 해내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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