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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xploring myself May 26. 2024

퇴사를 결심하다

"무언가를 뒤집을 땐, 당신의 확신에 대해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어요!"

<나의 샐러드>, 김현의 저자. 사키 그림 | 우연히 내게 현재 필요한 글귀를 발견하게 되는 순간의 감동이란..! 


지난주 화요일, 팀장님께 면담을 요청하고 퇴사를 하려고 한다고 말씀드렸다.

5년여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항상 '내 걸 하고 싶다'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매월 꼬박꼬박 들어오는 월급의 달콤함과 무소속이 된 다는 것의 두려움에 언젠가는 내 것을 하겠지,,, 하는 생각만 하고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또 당장 일을 그만두기에는 나는 나름 많은 사람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회사에 다니고 있고, 일은 아주 재미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싫은 것도 아니었다. 분명 일을 하며 보람차고 재미있는 순간들도 있었고, 감사하게도 함께 하는 동료분들이 다들 너무 좋으셔서 나는 직장에서 내 자아를 찾기보다는 커리어를 생계유지의 수단으로 삼게 되었다.


다만, 점차 직장인으로의 수명은 생각보다 많이 짧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었고 내가 바라는 나의 미래 모습은 직장에서 고위직을 맡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직감했다. 특히 점차 연차가 쌓이면서 직장에서는 내가 맡은 일을 잘 해내는 것을 뛰어넘어 좀 더 주도적인 태도, 적극적으로 나의 의견을 피력하고 충돌도 마다하지 않는 태도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도무지 직장에서 뭔가를 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쉽사리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항상 적극적이지 않은 사람인 것은 아니고, 돌이켜보면 나도 분명 누구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추진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언제였지,,,를 떠올리면 내가 눈을 반짝이며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고 즐겁게 아이디어를 내며 실행으로 옮긴 순간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사람들을 기분 좋고 기쁘게 하는 일

이론적이고 통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보다는 사람들을 감각적으로 은근하게 자극하는 일

의도가 선하고 진심이 깃든 일

내가 좋아하는 가치, 물건, 공간 등을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일


이런 무형의 감성적인 영역에 가치를 두고 좋아하는 내가 현재는 매일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머신러닝 로직과 통계와 부딪혀야 하는 업무를 하고 있으니 프로덕트에 큰 애정을 가지고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내가 왜 현재의 업무를 하게 되었을까? 를 생각해 보면 나는 항상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VS '그렇게 나쁘지 않지만 전망이 좋아 보이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후자를 선택하곤 했다. 내가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들은 크고 작은 dot였지만, 이러한 dot들이 연결되어 점차 내가 아닌, 요즈음 시대에 사회가 좋아하는 분야로 화살표가 점차 휘어져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생각에 직장 생활에 서서히 회의감을 느껴가던 와중, 별 문제없어 보이던 회사가 크게 타격을 받는 해프닝이 생기면서 더더욱 회사가 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없고 나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우고 회사 밖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또한, 거의 2달에 걸쳐 이직을 준비한 회사에서도 최종 불합격하게 되면서 '더 재미있는 일, 변화'를 회사라는 프레임 안에서만 찾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도 했다. 동시에 이전부터 내가 좋아하는 영역에서 나의 진심을 담은 브랜드를 하고 싶다는 작은 생각 씨앗이 뿅! 터진 기분도 들었고.




그래서 입 밖으로 내뱉어 버렸다.


" 저 퇴사하려고 해요"


설레는 마음도 있지만, 솔직히 어딘가에 소속되거나 기대지 않고 온전히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하는 회사 밖의 세상이 두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겪어야 하는 홀로서기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다. 분명 퇴사라는 선택이 후회스러운 순간도 있을 테고 즐거운 만큼 힘든 때도 많겠지만,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에 따라 행동하는 인생을 살아보려 한다.



(최근 나에게 용기를 주었던 신수정 님의 글과 고마운 친구 JR의 응원도 붙여본다. 고맙습니다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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