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쓰고 연세 매물 찾기라고 읽어 본다.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제주집을 찾기 위해 총 3번의 방문을 했다. 내 계획을 미리 들은 지인들은 제주 여행을 다녀올 때마다 '그래서 찾았어?'라고 물었지만 매번 '아니, 맘에 흡족하게 차는 게 없어.'라는 나의 맥 빠진 대답을 듣고 '얘 이러다 말지..' 하는 눈빛을 보내줬다. 기한이 있는 게 아니니 놀멍 쉬멍 하다 보면 뭐 하나 찾지 않을까 싶었던 게으름뱅이 같은 내 생각도 세 번째 제주행 비행기에 오를 때는 뭔가 조바심이 났다.
그동안 12개 정도의 매물을 봤다. 타운하우스, 리조트형 빌라, 단독주택 등등.. 대부분 별로였고 마음에 80% 차는 게 두어 곳 정도였지만 어딘가 모르게 주저하게 만드는 포인트들이 있었다. 예를들면 나지막한 오름 바로 옆에 있던 타운하우스는 모든 조건이 괜찮았지만 북향이라 춥고 어두웠다. 메인룸과 게스트룸이 현관에서 나뉜 리조트형 빌라는 구조가 맘에 들었지만 풀옵션이 아니었다. 장점보다 단점이 더 커 보이는 곳들은 쉽게 제외할 수 있었지만 진짜 애매하게 아쉬운 곳들도 있었다.
가령 작은 수영장이 딸린 타운하우스형 단독주택은 채광도 좋았고, 모든 방에 침대까지 완벽 풀옵션이었지만 공항에서 1시간 거리나 되는 성산읍이었다. 게다가 주변에는 상업공간이 하나도 없어 편의점까지 차로 10분 정도는 이동해야 했다. 그런데 현재 살고 있는 임차인이 무려 '부동산 중개인'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매물은 직거래였기 때문에 임차인과 직접 연락을 하고 있었는데 마음에 듣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본인은 일 때문에 육지에 가게 되어 내놨지만 여러모로 아까운 집이라는 부연 설명도 해줬다. 모든 매물의 장단점을 알고 있는 부동산 중개인이 고른 집.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싶어 입주 날짜까지 조율해보는 대화가 오갔지만 위에 언급한 이유들 때문에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또 한 곳은 조천읍의 주택이었는데 임대인이 사는 집이 따로 있고 2층짜리 다가구 주택을 지어 펜션이나 한달살이로 임대를 해주는 곳이었다. 매물 조건만 보면 별로인데 가깝기도 해서 한번 둘러보자 싶어 찾아간 곳이다. 현재 주인분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셨고 주변을 소개해 주셨다. 왼쪽으로는 주인분들 소유인 귤밭이 있었고 앞으로는 큰 텃밭이 있었다. 봄에는 유채를 심고 나머지에는 여러 작물들을 키운다고 했다. 집 내부는 아담하니 관리가 잘 되어 있었는데 단점이 방이 1개뿐이었다. 복층이 있었지만 좀 답답한 구조의 복층이라 창고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아쉬웠다. 주인 내외도 좋아 보이고 귤밭에 텃밭까지 있다는 점이 좋았지만 방이 1개밖에 되지 않아 고민하다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 포기한 곳도 있었는데 전에 살던 동네에 아주 애정 하는 커피집이 한 곳이 있었다. 작년부터 그 커피집 앞쪽으로 2층짜리 빌라 형태의 건물이 들어서는 걸 봤었다. 안에 내부 미장은 아직 전이라 방의 위치와 이용 동선만 가늠할 수 있었는데 뭔가 마음에 들었다. 일단 거실 천장이 2층까지 트여 개방감이 아주 좋았다. 게다가 거실에서 한라산 조망이 가능한 남향이었다. 3층 다락도 개방감이 좋아 전에 살던 집처럼 AV 공간으로 이용하면 딱이지 싶었다. 게다가 애정 하는 커피집에서 50보 거리이니 커피생활권이라는 메리트도 있었다. 완공되길 기다리며 건축사무소 전화번호도 받았는데 도무지 이 집이 완공 되질 않는 거다. 11월에 왔을 때는 12월이면 완공된다고 했고 12월에 왔을 때는 1월에는 완공될 거라고 했다. 1월에 가니 건물 외벽에 페인트칠하고 기와만 올렸을 뿐 내부 인테리어는 또 그대로였다. 됐다. 여기서 포기. 남자 인연설은 안 믿지만 집과의 인연 같은 건 믿는 편인데 '이 집은 우리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12월 두 번째 방문까지 별 소득이 없이 돌아온 우리는 이대로 주저앉고 마는가,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회의감이 들었다. 그래서 다음 방문 일정은 잡아두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는데 마침 제주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어 1월 제주행을 다시 잡게 되었다.
이 세 번째 방문에서 우리의 제주집을 계약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