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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May 27. 2017

성소수자는 어디에나 있다

당신의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2015년 퀴어퍼레이드 취재 중 촬영한 사진이다. ©QiC

나는 레즈비언이다. 7개월 동안 사진기자로, 1년 1개월 동안 펜기자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일하는 동안 다양한 현장에서 매번 다른 기자들과 마주쳤다. 그 중 나와 같은 성소수자 기자들이 틀림없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누가 성소수자이고 누가 이성애자인지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없다. (‘게이다’라는 것이 있기는 하지만 100% 단정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내게는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는 퀴어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은 회사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지 못한 채 클로짓으로 살아간다. 지지율 1위를 기록한 대권주자였고 지금은 대통령이 된 그의 입에서 “동성애 반대”라는 말이 당당하게 튀어나오는 나라이기 때문일까.


누가 동성애를 반대하건 말건 우리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이성애자들과 같은 지하철, 버스를 타고 출근해서 같은 사무실에 나란히 앉아서 일한다. 같은 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같은 화장실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본다. 하지만 우리의 직장동료 대부분은 우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QiC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시행한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2014)에 따르면 69.5%의 성소수자 응답자가 ‘직장동료 아무도 나의 정체성을 모른다’고 답했다. 또 16.7%는 ‘거의 대부분이 모른다’고 답해 상당수의 응답자가 직장에서 정체성을 거의 드러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갑갑한 현실 속에서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생각하다 시작한 게 퀴어인컴퍼니, 일하는 성소수자 드러내기 프로젝트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다양한 퀴어 친구들을 인터뷰 해 블로그에 연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간호사, 속기사, 인권변호사, 일반기업 사무직, IT마케터 등 다섯 명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했다.

길버트 폰트로 만들어본 월퀴모 슬로건 ©QiC


겁내지 말아요, 직장에서 못하는 우리들 이야기 해봅시다


내가 만난 다섯 명의 퀴어 친구들 중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던 친구가 있었다. 바로 IT회사 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긍정. 긍정은 ‘우리 회사에, 우리 거래처에 퀴어가 있을 수 있다’는 상상을 항상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장 내 퀴어들의 존재는 육안으로 식별되는 것이 아니다. 긍정은 답답하던 차에 ‘월급쟁이 퀴어들을 모아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고, 생각을 실현시켰다. ‘월퀴모(월급쟁이 퀴어 모임)’라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월퀴모 계정(@Queer_Workers)은 생성된 지 이틀 만에 200명이 넘는 팔로워가 생겼고 지금은 팔로워가 400명에 육박한다.


이름은 월퀴모지만 현재 월급을 받지 않아도 상관 없어요. 고용주에게 고용돼서 일정한 급여를 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어요. 월급쟁이, 프리랜서, 알바생, 재취준러 다 상관없어요.


긍정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을의 입장에 처해본 적 있는 퀴어라면 누구나 월퀴모에 가입할 수 있다고 했다. 을의 입장일 수록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성적지향을 더 숨기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들켜서 잘리면 어쩌지?’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모두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긍정은 퀴어가 아닌, 이성애자 사장님, 헤테로 직장동료들에게 월퀴모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했다.


“당신의 일 잘하는 직원이 게이일 수 있습니다. 당신의 팀장이, 직장 동료가 레즈비언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멀리있는 존재가 아니라 당신의 옆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앞으로의 연재 계획
퀴어인컴퍼니 프로젝트에 관심 있는 성소수자라면 누구든 두 팔 벌려 대환영입니다. 앞으로 연재될 인터뷰들을 읽어주시고, 인터뷰이로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싶으신 퀴어 독자가 계신다면 이메일(queerincompany@gmail.com)이나 QiC 트위터 공식계정(@queerincompany)으로 연락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더 많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번 글은 한국여성민우회 회원활동 게시판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퀴어인컴퍼니(Queer in Company, QiC) / 우리 회사에 성소수자가 다닌다

직장인 성소수자 드러내기 프로젝트 매거진입니다.

queerincompany@gmail.com

트위터 https://twitter.com/queerincompany

QiC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queerincompany

유동이 브런치 https://brunch.co.kr/@seedin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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