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적함대 Nov 30. 2023

조세정의란 무엇인가?

헌법과 조세1

우리는 '조세정의'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조세정의는 조세, 즉 세금을 거두는 분야에 적용되는 정의라고 할 수 있는데요. 조세를 부과하기 위한 법령을 만들 때나, 이를 집행하는 때 모두 적용되는 가치입니다. 어떠한 법률이 조세정의에 어긋난다고 판단이 되면 위헌으로 무효화될 수도 있고, 과세처분이 조세정의에 어긋난다면 위법하여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조세정의란 무엇일까요? 조세정의를 알려면 먼저 정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정의가 무엇인지 우리는 느낌으로 알 수 있지만, 그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니 명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는 정의에 대한 가치관이나 이념, 종교 등에 따라 얼마든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누구나가 그렇다고 말할 수 있는 개념은 있을까요? 정의의 공통개념으로  '올바름'을 들 수 있는데, 올바름의 개념 또한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이 또한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는 '합당한 몫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하거나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라는 기준을 제시하였고, 직관적으로 이해되기가 쉽다고 생각됩니다. 이 관점에서 조세정의란 보유한 재산이나 얻은 소득에 따라 합당하게 세금이 부과되는 것, 또는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같은 세금을 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객관적이고 공개된 자료로서 헌법재판소의 결정례나 법원 판결에서 조세정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헌재 1995. 6. 29. 94헌바39, 판례집 7-1, 896 [합헌] ; 양도소득세 감면의 종합한도액을 3억원으로 설정한 조세감면규제법이 조세공평주의나 평등에 위배되는지 

헌법 제38조에 규정된 국민의 납세의무는 조세공평주의에 따라 개인의 재력에 상응한 공정하고 평등한 과세를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조세공평주의는 헌법 제11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법 앞에 평등의 원칙을 세법의 영역에서 구현한 것으로서 정의의 이념에 따라 ‘평등한 것을 평등하게, 불평등한 것을 불평등하게’ 취급함으로써 조세의 부과와 징수과정에서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는 원칙이다. 이러한 조세공평주의의 원칙에 따라 과세는 개인의으로 평등한 과세가 있어야 한다(담세능력 존중의 원칙). 또 나아가 특정의 납세의무자를  불리하게 차별하는 것이 금지될  뿐 아니라 합리적 이유 없이 특별한 이익을 주는 것도 허용되지 아니한다. 조세란 공공경비를 국민에게 강제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서 납세의무자 상호 간에는 조세의 전가관계가 있으므로  특정인이나 특정계층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면세·감세 등의 조세우대조치를 하는 것은 다른 납세자에게 그만큼 과중과세를 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조세관계에서 납세자들을 동일하게 대우할 것인지 혹은 달리 대우할 것인지의 문제는 입법자가 우선적으로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 입법자는 그 조세관계에서 고려하여야 할 제반 요소들을 교량하여 이에 적합한 합리적  조치를 하여야만 평등의 원칙에 부합할 수 있다. 입법자는 조세법의 분야에서도 광범위한 형성의 자유를 가지며 예컨대 재정정책적, 국민경제적, 사회정책적, 조세기술적 제반 요소들에 대한 교량을 할 수 있는 것이나, 다만 납세의무자들 간에 차별 혹은 동등대우를 함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정의의 관념에 합치할 수 없는 조치를 하였다고 인정될 때에는 조세공평주의에 반하여 위헌이 된다고 할 것이다.


어떤가요? 헌법재판소는 조세정의가 입법에서 실현하여야 하는 가치임을 전제로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원칙이 조세공평주의라고 이해하는 듯합니다. 그러면 대법원은 어떻게 볼까요? 대법원 또한 조세정의가 무엇이다라고 직접 언급한 판례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조세정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과세처분이 위법하다는 판시가 많이 보이는데 이를 통하여 조세정의가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먼저 명의신탁 증여의제제도의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명의신탁제도를 이용한 조세회피행위를 효과적으로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예외를 인정"한 데 있으므로(대법원 2006. 9. 22. 선고 2004두11220 판결)라는 판시가 있습니다.


다음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은 전매차익에 대한 과세와 관련하여", 매매 등 계약이 처음부터 토지거래허가를 배제하거나 잠탈할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와 같이, 위법 내지 탈법적인 것이어서 무효임에도 당사자 사이에서는 매매 등 계약이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어 매도인 등이 매매 등 계약의 이행으로 매매대금 등을 수수하여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종국적으로 경제적 이익이 매도인 등에게 귀속되고, 그럼에도 매매 등 계약이 법률상 무효라는 이유로 매도인 등이 그로 말미암아 얻은 양도차익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과세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은 매도인 등으로 하여금 과세 없는 양도차익을 향유하게 하는 결과로 되어 조세정의와 형평에 심히 어긋난다(대법원 2011. 7. 21. 선고 2010두23644 전합)가 눈에 뜨입니다.


그 밖에 이른바 도관회사의 사례-모회사가 두 개의 껍데기인 자회사 명의로 국내법인의 주식을 취득하여 외형상 과점주주의 지위에서 벗어나려고 한 경우 과점주주로 보아 간주취득세를 부과할 수 있는지가 다투어진 사안-에서, 과세의 근거로 실질과세원칙을 들면서 그 취지가  "실질과세의 원칙은 헌법상의 기본이념인 평등의 원칙을 조세법률관계에 구현하기 위한 실천적 원리로서, 조세의 부담을 회피할 목적으로 과세요건사실에 관하여 실질과 괴리되는 비합리적인 형식이나 외관을 취하는 경우에 그 형식이나 외관에 불구하고 실질에 따라 담세력이 있는 곳에 과세함으로써 부당한 조세회피행위를 규제하고 과세의 형평을 제고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다"고 보았고(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합) .


소득금액변동통지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디는 조세행정처분인지가 다투어진 사건에서, 다수의견의 보충의견은, "소득금액변동통지는 원천징수의무자인 법인의 납세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과세관청의 행위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조세행정처분이라고 볼 이론적 근거가 충분하고, 또 종전의 판례하에서 소득금액변동통지를 받은 원천징수의무자는 그 원천징수의무의 성립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다투기 위해서는 당해 원천세액을 자진 납부하지 아니하고 납부불성실가산세의 제재를 받으면서 징수처분이 있기를 기다렸다가 그 징수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으로 다툴 수밖에 없었는데, 이는 납세자의 권리보호에 미흡하고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소득금액변동통지 자체를 항고소송의 대상으로 삼아 불복청구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여 주는 것이 진정으로 납세자의 권리보호와 조세정의에 부합한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2두1878 전합)


그 밖에 조세정의가 언급된 대부분의 사안은 상증세법에서 그 외관에도 불구하고 과세대상으로 삼은 경우 그 근거가 "조세회피행위를 방지하여 조세정의를 실현"한다는 점이 거듭 언급되고 있습니다.


결국,  조세정의는 조세회피 행위에 대하여 정당한 과세를 함으로써 실질적 형평을 실현하는 것으로 이해됨을 알 수 있습니다.


정의는 '올바른 것'이고, 조세정의는 세금을 올바르게 걷는 것입니다.


조세란 기본적으로 나라살림의 재원이고,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부담하는 납세자들의 동의가 필수적입니다. 모든 납세자들이 동의하는 원칙이 있을까요? 그것이 조세정의로 구현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러한 의미의 조세정의는 조세의 원칙을 설정하는 단계에서 1차적으로, 조세를 실제로 징수하는 과정에서 2차적으로 구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차적으로 조세를 징수하는 대원칙은 바로 헌법에 구현되어 있습니다. 조세법률주의, 실질과세, 조세공평주의 등 세법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본원칙들은 헌법을 근간으로 삼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헌법을 살펴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헌법과 수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