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기에 고통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행복이 세상 그 무엇보다 크기 때문이다. 사랑은 전 우주 보다 더 큰 무게를 지닌다.
시공간은 인간 인식의 한계를 결정하고 제한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언어가 우리 생각의 범위를 결정하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논리철학논고>에서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고 말한다. 비록 그는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나는 알 수 없는 것에 관하여 부끄럽게도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이 세상 무엇 하나도 이해하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나의 생각은 오히려 자유롭다.
일상 세계는 익숙한 평범함 속에 시간의 마술이 우리가 인식하는 모든 만물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반야심경의 <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세상의 물질적 현상이란 실체가 없고 실체가 없는 것은 물질적 현상임을 알려준다.
물질 현상이 생명이라면 실체가 없는 것은 소멸이 되기에 곧 삶과 죽음은 핵심적 본질이 하나가 된다. 마치 빛의 본질이 입자이면서 파동인 것과 동일하다. 생명의 시작과 끝이 시간의 축에 하나로 종속되어 있다면 나의 현재와 의미 역시 우주의 시작과 끝으로 향해가는 광대한 시간의 본질과 이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현대 물리학에서 우주의 시작과 끝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초끈 이론과 루프 양자 중력 이론이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머릿속의 가설에 기반하여 수학으로 설명될 수 있을 뿐이고 실제 증명은 불가능하다. 종교가 믿음이라면 실험과 관측으로 증명되기 힘든 과학 또한 그저 믿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믿음으로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다.
IIII. n차원의 시간과 양자 역학
우주에는 4개의 절대적 힘이 있다. 전자기력, 약력(약한 상호작용), 강력(강한 상호작용) 그리고 중력이다. 1차원이 아닌 n차원으로 흐르는 시간에 대해 상상하기 위해서 이 절대적인 4개의 힘이 우주에서 어떤 식으로 상호 작용하는지 먼저 알아야 한다.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전기로 대표되는 전자기력은 이미 맥스웰 방정식(Maxwell's equation)의 전기와 자기의 발생, 전자기장, 전하와 전류 밀도의 형성을 나타내는 4개의 편미분 방정식으로 정리되었다. 전자기력, 약력과 강력은 하나로 합쳐져 통일장 이론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중력은 하나로 합쳐지기를 거부하는 외로운 힘이다. 심지어 중력을 매개하는 중간 입자가 아직 무엇인지 정체를 모른다.
표준 모형에 의하면 원래 하나였던 힘은 약 137억 년 전 빅뱅의 극초반부에 4개의 힘으로 분리되었다. 중력이 먼저 분리되어 충격파를 형성한 후 강력 그리고 전자기력과 약력이 분리되었다. 모든 것을 움직이는 힘의 비밀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은 양자 역학이다.
수학적 해석은 전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양자 역학은 '우리가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유'라고 정의해 본다. 로또 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약 814만 분의 1이다. 확률이 너무 희박해서 당첨이 되지 않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현실 세계에서 0.0000001% 확률은 거의 일어나기 힘든 값이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입자가 존재하는 미세한 양자들의 세상에서는 현실 세계와는 다른 물리법칙이 지배하는 확률의 마법이 지배한다. 크기가 매우 작은 입자로 구성된 물질의 양을 입자의 개수로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는 단위인 1몰(mol)은 '아보가드로수로'도 불리는데 1몰의 입자수는 6.02*10^23개다. 22.4L(0C, 1 기압 기준)의 부피 안에 이처럼 상상조차 힘든 수의 입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식을 깨뜨리는 마법이 존재할 수 있다.
빛이 파동과 입자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 것처럼 양자 세계에서는 시간도 그런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혹은 시간은 연속적이지 않고 아주 작은 단위로 분리되어 흘러가는 것일 수도 있다. 루프 양자 중력 이론(loop quantum gravity)은 중력의 양자적 속성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시간이 무한히 나누어질 수 있는 단절화된 어떤 매개체를 통한 힘이라 가정해 본다면 앞서 말한 제논의 역설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생명도 죽음이라는 불연속 된 시간을 넘어설 수 있지 않으려나.
닫힌 상자를 열어보기 전까지 슈뢰딩거 고양이의 생사는 결정되지 않는다. 시간이라는 관측자가 없다면 미래는 결정될 수 없기에 불안정하고 어쩌면 존재할 수 조차 없을 것 같다.
생명을 탄생시키고 그 미래를 결정한 관측자는 인격화된 절대적인 신의 권능일까 아니면 그저 우연한 양자 요동에 불과할 것일까 모르겠지만 둘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다. 백 년도 살지 못하고 자신의 존재 의미도 제대로 알 수 없는 인간은 자연 앞에 한없는 겸손함을 배울뿐이다.
=다음에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