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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상 Jan 23. 2022

#1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잃어버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렸다. 


그것은 아주 작고 소중한 물건일 수도 있고 나만 보고 싶은 장소에 꽁꽁 숨겨둔 무언가 일 수도 있다. 어쩌면 눈치채지 못할 만큼 거대한 무언가 일 수도 있고, 내가 정말로 좋아하던 음식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나를 정말 좋아해 주던 사람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어떻게 느끼는 것이었을까

처음 그것을 마주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어서 과연 눈앞에 펼쳐진 몽글몽글하고도 부웅 뜨는 듯한 풍경은 실제인지 착각인지 헷갈리는 정도였다. 물론 현실에서 무언가가 몽글몽글하다더니 부웅 한다더니 추상적인 표현이 어울리는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현실로 느껴지는 듯한 착각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으로 느껴졌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기억은 추억이 된다. 

한낱 이미지의 연속이었던 기억의 조각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고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한다. 


그런데 그것을 잃어버렸다. 


정확히 말하면, 좋아하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이 두려워졌다. 


기억의 조각에서 추억이 되어버린 것들은 금이가고 부서져 추억의 파편이 되어 나에게로 돌아와 박힌다. 기억의 조각은 날카로운 단면을 가지고 깔끔하게 상처를 내지만, 추억의 조각은 거칠고 폭력적인 단면을 가지고 여기저기 연약한 곳을 골라 헤집는다. 


찢어진 단면들은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아물어간다. 


그렇게 몇 번을 좋아하는 것을 잃게 된 뒤에야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된다. 

아니, 좋아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최선을 다해 진심을 쏟아부었던 부분은 이미 너덜너덜해져 더 이상 좋아한다는 감정이 스며들지 못하게 되었다. 한 겹 두 겹 얹힌 딱지는 굳은살이 되어 무언가를 향한 감정이 내게 스며들지 못하게 한다. 


복어처럼 몸을 부풀리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래, 이러면 됐어.


이러면 상처입지도, 상처받지도 않을 거야. 

나한테 다가오기 전에 물러나게 하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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