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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트래블러 Apr 18. 2022

많이 변했고, 여전하기도 하다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중증 발달장애인.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며 지역사회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장애인 관련 과목을 전혀 수강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장애인으로 시작해 돌고 돌아 다시 이 현장에서 밥벌이를 하고 이렇게 글을 끄적이며 살 줄이야. 예측할 수 없는 인생사라는 표현이 비록 클리셰적인 표현이지만 마음에 와닿는다. 우연한 친구 추천으로 직장체험을 갔던 곳이 장애인복지관이었고, 그리고 그곳에 직장인으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만나봤던 발달장애인과 그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와 같았던 나. 그들에 대한 이해와 현장에 대한 가치 등을 이제 하나씩 만들어 가야만 했다. 다만 이제 생각해보니 천만다행이었던 것은 발달장애인을 편견 없이 이해하고 그들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슈퍼바이저를 만났다는 것이다. 그 슈퍼바이저 때문에 여태껏 장애인 현장에 아니 사회복지사로 존재하고 있다.


 여하튼,  지금도 물론 그렇지만 당시 미천한 경험을 가진 내가 느끼기에 발달장애인 주간보호 현장은 매우 열악했다. 종종 장애인을 폭행하거나 학대했다는 기사나 소문이 들려왔고(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장애인의 특성이 심한 이용인들은 주간보호 입소 자체가 어렵던 시절(지금도 여전히 그런 곳이 있지만.. 어? 변한 게 없구나!)이었다. 나 또한 정확하지는 않지만 발달장애인을 폭행하는 문제가 발생해 직원들을 리빌딩하는 과정 중 한 명으로 채용되었다는 이야기를 언뜻 들었던 기억이 있다. 2022년 현재로부터 15년도 더 지난 옛날이야기다. 그때 그 시절. 라때는 주간보호시설의 가치를 외부와 격리된 채로 센터에서 하루 종일 지냈던 이용인들이 지역사회 곳곳에 함께 누비는 것을 목표로 했다. 주간보호시설 정문에 자물쇠가 여럿 채워져 있는 곳에 대한 반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매주 나들이를 나가고 심심하면 이용인들과 드라이브를 했다. 캠프 첫날 입사를 했으며, 1년에 캠프를 13번 다녀오곤 했다. 이런 시절이 지나 현장에서는 개인별 지원계획을 위시한 개별화 서비스가 강조되고, 보완대체 의사소통이라고 불리는 AAC가 널리 보급되고 있다. 이처럼 이용인의 인권이 예전에 비해 매우 강조되고 있는 지금이다. 물론 예전에도 인권이 강조되었지만 요즘에도 좀 더 세밀하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었다. 


동이 트면 그들의 삶이 주간보호라는 작은 세상에서 소소하게 피어난다.


 세월이 흘러 주간보호시설을 한 곳 맡게 되고 동료들과 우여곡절을 겪으며 운영한 지 7년이 지나는 지금. 그런 주간보호시설에 대한 이야기를 추억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많이 변했고, 한편으로 여전하기도 한 주간보호시설에서의 추억을 말이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뻗어나간 다양한 가지들이 모여 만든 나무일 테지만 그럼에도 조금은 의미가 있지 않을까?.


많이도 변했고, 여전하기도 하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아닌 그저 일상을 기억을 기록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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