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삶을 살아내며 경찰을 우리는 몇 번이나 만날까? 음주 단속 등을 제외하면 사실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복지를 하다 보면 이벤트가 발생해 종종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때가 있는데, 주민들에게 신고를 당해 조사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장애인 주간보호시설에서 근무하며 피해자로 주민들에 의해 경찰에 신고당한 적이 있다. 타해라는 개성을 가지고 있었던 이용인과 함께 원예 활동을 하러 활동처로 걸어가는 도중 당시 무엇 때문에 개성이 발현되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원예를 하기 싫었나? 여하튼, 다리 밑 건널목을 지나던 중 개성이 발현되었고 어찌어찌하여 결국 머리를 잡힌 채 길바닥에 눕혀졌다. 서로 손을 잡고 힘겨루기를 하며, 두 남자가 길바닥에서 아귀다툼을 하고 있는 상황. 지나가던 시민들이 길 건너에 있는 경찰서에 들어가 신고를 했고, 곧 경찰분들을 뵐 수 있었다. 그들은 곧 상황을 보며, 길바닥에 누워있는 우리에게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나는 (머리를 잡힌 상태로, 나를 때리고 있는) 이분은 장애인이며 나는 사회복지사이고, 시간이 지나면 감정이 내려가 해결되니 그냥 가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러더니 내 이름과 주민번호 등을 물어보았고, 성실히 답했다. 길바닥에 누워있던 나를 일으켜줄 거라 기대했지만, 경찰분들은 고생하신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냥 경찰서로 들어가셨다. 지금 돌아보면 동료들과 한잔할 때 우스갯소리 삼아 할 수 있는 기억이자 그냥 별 것 없는 일상인 과거일이다.
입사한 지 2년 정도 되는 동료에게 경찰과의 만남은 봄을 맞이한 날씨가 화창해 나들이를 가기 좋은 날에 이루어졌다. 동료는 이용인 분들과 함께 드라이브를 출발해 이내 도로에서 이벤트는 발생했다. 어느 한 이용인은 차에서 울기 시작했고 다른 이용인과 사회복지사를 잡아당기는 개성을 드러냈다. 그 울음으로 또 다른 이용인 분들의 개성을 발현시킬 수 있기에 동료는 차를 세우고 그 이용인과 차 밖으로 나와 달래기 시작했다. 이용인은 길바닥에 주저 않아 울었고 동료는 진정을 시키는 상황이 오랜 시간 이어졌다. 그럼에도 이용인과의 실랑이가 쉬이 진정이 되지 않는 상황. 이때 갑자기 레이 차량 한 대가 근처에 주차를 했고 여성분 두 분이 차에 내려 상황을 살피며 오랜 시간을 기웃기웃하셨다고 한다. 여차 여차 간신히 진정시키고, 이용인을 다시 차에 태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니 레이 차량도 뒤따라 오기 시작했다. 5분이 지났을까? 경찰차가 오더니 차를 세우라고 방송하며 센터 차량을 막아섰고, 경찰들을 무서워하는 이용인들은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인 분들은 이상하게 경찰들을 무서워한다. 뭐 다 그런 이유가 있다.) 경찰의 지시대로 차를 세우고, 경찰들에게 학대 등의 정황에 대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들은 전후 사정을 파악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및 사회복무요원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들으셨다. 이후 그들 역시 고생한다는 말을 남기시고 현장을 떠나셨다. 비록 잠깐의 이벤트지만 이로 인해 이제 사회복지 3년 차였던 동료는 정신적 힘듬을 경험한 것 같았다. 이용인의 특성을 오롯이 정신적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견뎌야 하는 것조차 힘든데,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다는 해명을 경찰에게 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더욱 견디기 힘들었으리라. 그래서일까?. 그는 오랜 기간 끊었던 담배를 다시 손에 들었다고 한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상황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본 시민들이 있어 사회가 점점 나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한다. 다만 경찰에 신고하기 전 전후 상황이나 사회복지사들의 대응방식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22년 현재 엄혹한 주간보호시설 현장 분위기를 겪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주간보호시설에서의 장애인 학대 등으로 이용인이 유명을 달리한 사건이 있었다. 이 이슈로 인해 사회복지사들 뿐만 아니라 주간보호시설을 이용하는 이용인 및 가족들 또한 마음의 힘듬을 경험하고 있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엄혹한 이 시절에 이런 상황을 이용인 어머님께 이야기드려야 했다. 혹시 오해가 되지는 않을까. 우리를 믿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주변 차량 CCTV를 확보해야 하나. 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으나 이내 기우였다. 당사자 어머님은 자녀의 특성을 알고 계셨고 우리 사회복지사들의 고충 또한 이해해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자녀를 학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신뢰를 '당연한' 것으로 말씀해주셨다. 그 신뢰가 감사하다. 그럼에도 민망하고 마음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