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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셜트래블러 Apr 22. 2022

심판이라는 사이다

발달장애인주간보호센터를 기록하다.

 2022년이 시작되고

 

누구나 그렇듯 열심히 애써온 한 해를 돌아보면 힘겨웠던 일들이 많았던 시기다. 특히나 인천에서 중증 발달장애인 현장에서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에게는 유독 기억에 남지 않을까? 코로나19와 더불어 인천에서 발생한 두 번의 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크고 작은 생채기가 아로새겨졌던 2021년. 인천 서구 국공립 어린이집 사건과 연수구에서 발생한 장애인 학대 사망 사건은 특히나 우리 주간보호 현장 사회복지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먼저 발달장애인과 삶을 나누는 현장의 사회복지사로서 매우 참담하며, 돌아가신 이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그럼에도 딱지로 얼룩진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다시금 아픔을 직시하며 이렇게 글을 끄적이는 이유는 사건 이후 발생한 대처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어서다. 사건의 가해자를 현장의 동료라 두둔하고자 함은 절대 아님을 밝힌다.


 두 사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가해자에 대한 엄중 징계 요구다.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것은 피해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자, 우리 사회가 그만큼 가해자들에게 너그러웠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해자들은 법의 공정한 심판대에 서서 그들의 책무성을 저울질해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가해자들은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다만 현장 사회복지사로 아쉬운 것은 두 사건의 이슈는 ‘강력 처벌’이라는 사이다로 귀결되어 그 이상의 이슈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증 발달장애인 학대라는 반복되는 사건을 통해 우리는 늘 그렇듯 해답을 찾아야 한다. 즉 우리는 강력 처벌을 넘어서 ‘왜 반복되는가? 무엇 때문에 반복되는가?’라는 이슈로 발걸음해야 한다.      

 먼저 피해자들의 상식적인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인권 문제 발생 시 각 해당 시설 종류에 맞는 프로토콜이 필요하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에서는 처음 피해자들의 심리 지원을 위한 기관을 한 곳으로 지정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이에 각 아동이 전부터 이용하는 기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고, 다행히 피해자들의 의견은 곧 수렴되었다. 이번 주간보호시설과 같은 경우는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해당 주간보호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은 센터를 등원해야 하는데, 학대가 발생한 센터를 그대로 이용해야 했다. 동료가 가해사실을 알면서도 지켜봤던 또는 참여했던 이들에게 본인의 자녀를 맡겨야 하는 부모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해당 센터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센터 사회복지사들의 가해 및 참여 여부를 떠나 (이 부분은 법원에서 판단할 몫이라고 보기 때문에 중립적인 용어를 사용한다) 혼란스러운 심정을 가진 채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온전한 서비스를 전달할 수 없다. 이용인을 서비스하는 중에도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 또한 펼쳐진다. 이것이 중증 발달장애인의 2차적 피해다. 또한 강력 처벌이라는 사이다에 함몰되어 눈을 감아 생긴 결과의 부산물이다. 그렇기에 학대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남은 이용인과 사회복지사를 위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사회복지사협회 혹은 서비스원 등과 연계하여 해당 센터 직원들을 이용인과 분리시키고, 대체인력 등을 지원받아 서비스 등에 대한 부분을 신속히 인수인계받고 현장에 투입되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중증 발달장애인들의 케어를 지속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사진출처 : pixabay

 두 번째로 지자체의 관리에 대한 이야기다. 서구 어린이집 사건으로 해당 공무원은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연수구 사건은 재판 등이 진행되고 있기에 아직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피해자와 피해자를 돕는 단체들은 강력 징계를 원하고 있다. 관리 소홀. 왜 공무원들은 관리에 소홀할까? 그들은 업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잘잘못을 따져봐야겠지만, 위와 마찬가지로 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사실 명확하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의 업무가 너무 과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시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많은 시간이 투여되어야 함에도 굵직한 업무부터 자잘한 업무까지 너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심지어 사회복지 업무임에도 사회복지직이 부족해 행정직 공무원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시민들의 복지를 위해서 반드시 지자체와 정부에 요청해야 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을 대거 충원하고 현실성 있는 업무 분배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말이다. 당연히 공무원의 숫자도 늘려야 한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예방 혹은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진행될 때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은 그들의 기본 업무에 신규 업무를 계속해서 더해야 해 업무가 과중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민원인들 혹은 해당 시설에 대한 세밀함 등이 엷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근본적인 문제를 탐구해야 한다. 주간보호시설에서 장애인에 대한 학대가 발생하는 이유와 원인을 찾아야 한다. 주간보호시설은 기본적으로 사회복지사 1명당 장애인 4명이 배치가 된다. (요즘 1명당 3명으로 배치되는 추세다.) 중증 발달장애인들의 개성이 천차만별인데 이를 감당하는 사회복지사의 인원이 적지는 않은지, 열악한 급여체계 및 근무 환경 때문에 이직이 잦아 신입들이 주로 근무하는 환경이 아닌지.(중증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가 원인이 되어 학대라는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는데, 그저 사회복지사 개인의 문제와 일탈로 끝맺을 뿐이다. 비록 원인을 직시하는 과정에 시간과 예산이 들더라도 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을 위해서는 해내야만 하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단순히 눈앞의 심판이라는 시원한 사이다만을 외치기보다는 근본적 원인을 사유하고 현장을 바꿔나가는 목소리가 필요하다. 


 이런 이야기를 끄적이는 것이 사실 부담스럽다. 혹시나 글이 오해가 되어 피해자들의 상처를 들출까 염려스럽다. 그럼에도 건강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좀 더 사회가 중증 발달장애인 현장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대안들을 함께 논의하고 적용한다면 중증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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