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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성 기자 Dec 14. 2016

나의 자소서는

당신도 자소서가 고민인가요?

선배의 부탁으로 내가 자소서를 어떻게 썼는지 되돌아보며 쓴 글. 

부족한 글이지만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올립니다. 


<글을 잘 쓰고 싶던 이과생, 가운을 벗다>
나는 글쓰기의 기역 자도 모르던 이과생이었다. 대학생이 된 김에 여러 교양을 쌓자며 처음으로 글쓰기 수업을 들었다. 누군가 나의 글을 처음으로 평가하는 순간이었다.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당시 교수님은 내 글이 딱딱하고 지루해 차마 읽을 수가 없었단다. 전형적인 이과 학생의 실험 보고서 같았다나.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물론 글쓰기를 잘한다는 게 무엇인지 아직도 알 수 없지만, 또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지만 적어도 대부분 사람들이 술술 재미있게 읽는 글을 쓰고 싶었다. 글에 대한 욕심이 생긴 내게 실험실과 현미경은 더는 매력적인 존재가 되지 못했다. 다행히도 지금 화학 회사가 아닌 가고 싶던 언론사 중 한 곳에서 근무 중이다.

<자소서 합격률 10%에서 80~90%까지>
자소서는 내가 처음으로 펜을 들고 멍 때리며 고민한 글이었다. 치열한 첫 글이었다랄까. 나를 꼭 뽑아달라는 마음을 간절히 담아 한 자 한 자 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런 나의 정성과 달리 첫 자소서는 부끄러워 남에게 내놓기 힘든 수준이었다. 당연히 대부분 탈락. 연이은 탈락에 처음에는 나의 스펙과 학점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고민하고 괴로워했다. 물론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펙보다는 자소서를 먼저 고민해봤으면 한다. 토익도 한국어능력평가시험도 평균 정도밖에, 아니 오히려 평균 이하인 나조차도 자소서에 공을 들여80~90%의 서류 합격을 해봤으니 말이다.

내 첫 자소서는 잘할 수 있다는 공허한 외침뿐 실질적으로 나의 능력을 증명할만한 증거가 없었다. 이대로는 합격이 보이지 않았다. 교수님과 선배들의 도움을 받아 자소서를 뒤집기 시작했다.

우선, 자소서가 무슨 글인지 먼저 생각했다. 자기소개서는 단순히 내가 어떤 걸 잘하고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를 늘어놓는 글이 아니다. 더군다나 심사위원은 내가 무슨 활동을 했는지에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글을 읽고 나서 "나 이거 잘해요!"가 아니라 "얘는 이거 시키면 잘하겠네!"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러려면 내가 해온 활동의 의미를 직무와 연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자소서는 매우 전략적인 글이다. 생각의 흐름대로 쓰다간 실패하기에 십상이다. 자소서의 의도를 파악했으면 어떤 글감으로 나의 능력을 보여줄 것인지, 그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표현과 방법을 쓸지 고민해야 했다.

예컨대 인턴으로 일하던 회사의 총무국장이 "다음 입사 시험에 지원해봐라"고 한마디 해준 것에 대해 쓸 수도 있는 거다. 총무국장이 그런 말을 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수습으로도 뽑고 싶은 인턴이란 인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또 선배가 "일 참 잘한다"고 칭찬한 것에 대해 '2개월' 차 인턴에게 '수석' 기자가 칭찬해준 것이라는 등 어떠한 행동이 더욱 의미 있게 보이도록 포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자소설은 안 된다. 사실에 기초해서 의미를 보여주도록 서술하자는 것. 거짓말은 금물이다. 면접에서 다 들통나게 돼 있다.

직무와 관련된 인턴 경험은 갖추는 것을 추천하지만 필수는 아니다. 작은 것에서부터 나의 장점을 찾아보자. 나 같은 경우, 타지에서 오랜 생활을 해왔다. 여러 룸메이트와 같이 살아봤고 '또 같이 살고 싶은 친구'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이런 이야기를 자소서에 쓰면 안 되나? 나는 써왔다. 그런 이야기를 쓰며 왜 룸메이트들이 그런 말을 했는지. 나의 어떤 모습이 긍정적이었는지를 어필하며 사회성이 좋고 친화력 있다는 사례로 쓰는 거다.

자소서는 사례 위주로 풀어가야 재미가 있다. "저는 글을 잘 씁니다"보다는 "어느 대회에 나가 어떤 상을 탔습니다" 또는 "친구들은 제 글을 보면 늘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처럼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낫지 않나. 직설적으로 잘한다고 쓰지 않아도 '얘는 글을 잘 쓰는구나'라고 느껴지도록 말이다.

심사위원들은 수많은 글을 읽어야 한다. 첫 줄이 읽히지 않으면 끝까지 안 볼 확률이 높다. 우선 잘 읽히려면 쉬워야 하고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특이한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자소서를 쓸 때 쓸 것이 없어서 애를 먹은 적이 많다. 아직 시간이 있다면 이것저것 많이 해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어떠한 경험에서든 뽑아낼 것이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글을 남에 보여주기 시작했다. 글로 먹고살려는 나 역시도 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은 절대 쉽지 않았다. 부끄럽고 창피했다. 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나의 글을 볼수록 내 글은 더 좋아졌다. 내 글은 더 다듬어지고 세련돼졌다. 많이 보여주고 많이 들어보자. 점점 더 나아지는 글을 보게 될 거다.

이런 방법으로 자소서를 쓰다 보니 1년 사이 서류 합격률은 10%대에서 8~90%대로 바뀌었다. 놀라운 변화였다. 대학교에선 모범적인 자소서의 예시로 내 자소서가 쓰이기도 했으며,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의 부탁으로 자소서 피드백을 해주기도 했다. 

이 모든 변화는 아예 자소서 쓰는 방법을 갈아 엎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부하고 싶은 것은 합격한 자소서를 보고 따라 쓰려는 생각은 버리자는 것이다. 합격한 자소서를 보더라도 그 내용을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서술했는지를 봐야 할 것이다. 매력적인 자소서를 쓰는 방법 자체를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내 안에 있다.

<도전이 공부다>
"준비가 다 돼면 지원할거야." "아직은 때가 아니야." 언론사를 지원하기 전 내가 댔던 핑계다. 혹시 떨어지지 않을까. 상처받지 않을까 두려워 자소서 지원 자체를 꺼렸다. 하지만 가장 좋은 공부는 실전 경험이다. 붙은 자소서와 떨어진 자소서를 비교해 어떤 점이 부족했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를 분석해보는 것. 나 역시도 수십군데에 지원해보며 비로소 합격 자소서에 대한 감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자기소개서 제출 때부터 최종 면접에 사용될 자료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쓰자. 기술적으로 최종 면접에서 질문이 나올 만한 내용을 자소서에 싣는 것이다. 최종까지 가겠어? 라고 생각하고 대충 쓰면 낭패다. 기회는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 질문을 받고 싶은 부분. 내가 자랑하고 싶은 부분을 기술적으로 자소서에 싣는 것이다.

+알파. 작은 팁이지만, 자소서 쓸 때 반말을 써도 무방한 것 같다. 자소서는 보통 글자 수가 제한돼있다. 한정된 글자 수에 존댓말까지 쓰면? 하고 싶은 말이 더 줄어들 것이다. 나는 자소서에 '반말'을 자주 썼다. 그래도 최종 면접까지 그리고 최종 합격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써도 되지 않을까...

P.S 친한 동생에게 제가 자소서를 어떻게 썼는지를 설명한다 생각하고 썼습니다. 제 방법이 정답은 아닙니다. 그저 이런 방식으로 준비했다는 점만 참고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혹시 작은 도움이라도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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