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웨이스트유니버스를 향해.
This is Waste Universe.
쓰레기 세상. 언젠가부터 철자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떤 방아쇠가 당겨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최근의 뉴스에서는 연일 코로나19 뉴스와 자연 재해, 각종 범죄에 관한 내용이 보도되는 것 같다(나는 그렇게 느낀다). 세 가지 주제가 교묘하게 얽혀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특히 코로나19와 자연 재해가 하나의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세계 공중보건이나 환경 전문가들이 코로나19에 대한 원인으로 각종 세균, 바이러스 등의 서식지인 숲이 파괴된 것을 언급하는 자료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자연환경의 파괴가 불러오는 결과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관심이 없기도 했으나 정말로 큰 변화를 느끼지도 못했다. '좀 더워지는 건가' 싶은 정도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고작 몇 년 만에 달라졌다.
33도가 넘는 대구의 차량 보닛 위에서 요리한 계란 후라이로 주목받았던 뉴스는 이제 37도나 38도를 육박하는 서울 한복판에서 베이컨을 굽는 뉴스로 바뀌었다. 현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북극의 곰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닌, 공장 폐수가 아닌 더위로도 주변의 물고기와 축산동물들이 집단 폐사하고 있다. 거리에 테이크 아웃용 컵이나 담배꽁초가 뒹구는 것은 이미 예삿일이 아니고, 전국에 불법으로 무단 투기된 폐기물은 120만 톤이 넘는다(2019년 환경부 발표 기준).
점점 더 자연환경의 파괴와 그로 인한 결과는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 눈앞에 보여지는 현실을 알고, 보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수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더 정확하게는 무섭다.
고백하자면 어린 날 아나바다 운동, 재활용 등의 개념에 대해 처음 알게 된 때와 비교해서 재작년까지도 나의 인식은 크게 변화된 것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신기하다. 정치, 사회, 경제, 종교, 철학, 인문 등의 주제에 대한 생각과 인식은 굉장히(?) 발전했는데, 환경이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몇 십년 째 무지했어도 지적받지도 스스로 깨닫지도 못했다. 이제는 조금, 아니 많이 부끄럽다.
소셜 스타트업 아카데미에서 인지하게 된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은 환경 운동가 남자친구를 만나며 점차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정신건강, 보건, 복지 등의 분야에 초점을 맞춰 살아온 나와 환경에 몰두하며 살아온 그는 대화가 잘 통했고, 짧은 시간 내에 서로의 관심 분야에 대한 생각의 확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서로가 가진 고민의 접점에서 우리는 한 가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원더 웨이스트 유니버스(Wonder Waste Universe, WWU)'
- 우리의 목표이자 가치이자 팀의 이름.
우리는 자원이 순환되는 멋진 세상을 꿈꾼다. 제로웨이스트의 주체가 소비자가 아닌 모든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만의 원더 웨이스트 유니버스가 아닌 모두의 원더 웨이스트 유니버스를 만들고 싶다. 이왕에 하는 것 시도하는 자체에만 의의를 두고 싶지는 않다. 희망을 갖고 그에 알맞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지속가능한 형태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실험과 시도를 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브런치에 기록물로 남겨볼 생각이다.
브런치에는 아마도 정보 수집 과정이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 제작기, 전문가와의 인터뷰 등을 주로 적게 될 것 같다. 하지만 주 채널은 아무래도 팟캐스트가 될 것 같은데, 이미 한 차례 팟캐스트 경험이 있다보니 수월하게 선택한 감이 없지 않다. 팟캐스트 채널이 만들어지면 브런치에도 안내할 예정이다:)
브런치 홈의 하단에 있는 '키워드로 분류된 다양한 글 모음'에는 환경에 대한 키워드가 없다. 그만큼 글의 수가 적다는 뜻이기도 관심이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성장할 수 있고 많은 관심을 더 얻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프로젝트가 정말로, 많이, 잘 되면 좋겠다.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Photo by Emily Bernal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