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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정체성 Dec 15. 2020

12월의 별

집에서 별도 보는 날이 왔다.

좀처럼 밖에 나갈 일이 없어 오래간만에 하늘을 봤다. 밤하늘을 봤다. 별이 콕콕 박힌 밤하늘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온 뒤라 찬바람을 좀 쐬고 싶어 창문을 연 덕분이었다. 젖은 머리카락이 얼어버릴 정도로 차디 찼던 바람을 들이마시며 답답한 집안 공기를 뒤로하고 바깥 내음새를 맡았다. 그리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하나, 둘. 아니 꽤 많았다. 어제 첫눈이 와 하늘이 맑아진 탓일까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나다니지 않은 탓일까 오늘 밤하늘은 반짝였다. 예뻤다. 간만에 예쁨을 보았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는 요즘. 나름의 성취감을 갖고 하루를 지내다 보면 집에 갇힌 답답함을 느낄 겨를은 별로 없다. 이젠 몇 날 며칠 집에서만 지내는 게 꽤나 익숙하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장을 다 볼 수 있고, 덕에 요리 실력은 늘고만 있고, 영화관 부럽지 않게 영화도 볼 수 있고,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이 음료 저 음료 만들어가며 주전부리를 놓고 마음껏 공부도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식비가 정말 많이 나가는 것 같네 ㅎㅎ.) 그래도 아쉬운 건 아무래도 운동을 못한다는 것.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재미를 붙인 운동을 발견하고 시작한 지 1년이 다 돼가는데 한 달째 못 가고 있다. 안 그래도 없는 근육에 겨우 기른 힘이 다 빠지는 건 아닌지 괜한 걱정을 하게 되니... 오늘도 나 홀로 플랭크를 버텨본다.


코로나 덕인지, 이사한 집 덕인지, 간만에 (거의 처음으로) 연애 없는 삶을 살아서인지. 올해 난 내가 살아보지 못했던 삶을 경험하고 있다. 지루해 보이지만 분명 이속에서도 신선한 즐거움이 있다. 서툴지만 조금씩 다져나간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를 돌아본다. 난 나에게 관심이 꽤 많아졌다. 1년 전쯤에 썼던 글을 보면 나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 많이 힘들어했던 나다. 그때에 비하면 크나큰 성장이지.


연말이다. 2020년이 끝난다. 확실히 이번 주부터는 여기저기서 연말의 기운을 풍긴다. 벌써부터 내년을 떠올려본다면! 내년에는. 음... 좀 행복해도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웃을 일이 좀 더 많으면 좋겠다는 소리다. 올해는 잔잔했으니까. 딱히 웃을 일도 울 일도 없었으니까. (연말엔 모든 것이 미화된다. 아름다운 12월이라서.) 잔잔한 것도 좋은데, 이번엔 좀 더 곡선을 그려봐도 좋을 것 같다. 그전에 코로나가 끝나야겠지만. (올해를 마무리하는 글은 오조오억개 더 쓸 예정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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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아. 아까부터. 오늘 왜 이렇게 누뗄라가 당기지. 이미 먹었는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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