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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Mar 09. 2024

가족 세우기 경험

가족 세우기

아버지, 아빠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

그가 죽으며 그 마음이 어땠을지.

돌도 되지 않은 딸을 두고 떠나는 마음이 어땠을까.

신혼의 아내를 두고 이승에서의 삶을 마감해야 하는 그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마흔이 넘어서야 겨우 스물여덟에 혼자된 엄마를 엄마가 아닌 사람으로, 한 인간으로 처음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아빠에 대해서는 글쎄… 그저 '아빠가 없어서 페미로, 레즈비언으로 살 수 있었어. 감사하지.'라는 내 생각만 했을 뿐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내가 태어났을 때 그의 표정이 어땠을지, 그의 마음이 어땠을지, 나와 어떤 시간을 보냈을지, 어떤 시간을 보내려 계획했을지 가늠할 수 없다.

가족 세우기에서 부모가 일찍 사망하는 것은 자신의 대에서 무언가를 끊으려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나를 위해 무엇을 끊으려고 했던 걸까?

그의 사랑을 느껴보라고 했다.

그의 사랑이 내 안에 있다고, 그 사랑을, 그의 든든한 존재를 믿어보라고 했다.

그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라고.

'아빠'라는 말은 아직 낯설다. 불편하다.

엄마의 남편, 내 유전자의 반쪽.

그가 일찍 떠났어야 했음을, 내가 그의 존재를, 그의 사랑과 믿음을 충분히 경험할 수 없었음을 애도한다.


https://cafe.daum.net/familyconstell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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