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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Nov 29. 2024

'혼외자'라는 모욕이 가능한 공동체에서

아이는 잘 자랄 수 있을까?

유명 모델인 A가 비혼인 자신의 출산 사실을 알렸다. 이 소식은 비혼 여성의 출산+유명 남성배우의 친자라는 정보와 만나 일파만파 온오프로 퍼져나갔다. 


소식을 접한 첫날은 ‘친자’라는 표현이 새로운 공동체 구성원을 설명하는 단어로 등장했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두 사람이 혼인을 약속하지 않았고, 그럴 계획도 없다는 것을 기정사실화 하며 ‘혼외자’라는 표현을 등장시켰다.


얼핏 ‘혼인관계 밖에서 태어난 아이’를 객관적 사실로 설명하는 듯한 이 표현은 긴 시간 누군가의 부정, 타락, 자격 없음을 간접적으로 비난하고 모욕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2013년 정권과 정치 성향이 다른 당시 검찰총장을 밀어내기 위해 국정원을 동원해 ‘혼외자’ 논란을 일으켰다. 결국 검찰총장은 스스로 사퇴했고, 혼인 바깥의 관계에서 얻은 ‘혼외자’로 인해 명예가 실추되고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았다.

그즈음 언론은 연일 ‘혼외자’를 기사에 언급하며 검찰총장의 감추고 싶은 사생활을 캐내어 공개하고, 무고한 아이와 그의 학교, 학교생활 등의 사생활을 들춰내기까지 했다.

‘혼외자’라는 말은 이렇게 누군가를 흠집 내고, 망설임 없이 비난하고 난도질할 수 있게 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출생에 책임이 전혀 없는 아이에게까지 낙인 효과를 갖게 하는 무서운 단어이다.

11년이 지난 지금 언론이 다시 이 낙인의 표현으로 뒤덮이고 있다니 한국사회는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인가?


‘혼외자’라는 주홍글씨가 여전히 무시무시하지만 한국은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바로 혼인 밖에서 출생하는 1만 명의 아기들과 모부들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비혼모부로서 아이를 출산하기로 선택하는 용기 있는 여성들과 남성들이 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한 비혼모부가 잉태한 아이를 출산하기로 선택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양육하기로 함께 결정했다. 나는 이런 그들의 용기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그리고 부로서 양육비를 포함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힌 부의 태도를 많은 비혼부들이 닮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어린 이웃에게 사과하고 싶다. 축복 속에 탄생하고 환대 속에 성장해야 할 아이에게 모욕과 낙인을 던지는 언론과 개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니 미안하고 부끄럽다.


두 비혼모부의 출산과 그 아이의 출생이 이런 ‘혼외자’라는 모욕이 가능한 한국 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변화를 불러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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