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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현 Nov 30. 2024

오금 오름공원

오 년 전에 송파구에 살던 한 친구의 소개로 오금동에 있는 근린공원인 오금공원을 걷고 성내천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서 올림픽 공원역까지 걸어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들으니 오금공원 안에 오름공원이라는 새 이름의 공원이 조성되었다고  한다. 오금공원 안에 배수지가 있는데 접근이 불가능하였던 배수지 상부 구간을 송파구에서 새로이 공원으로 꾸며서 시민들의 쉼터로 만든 것이다.


산책 유투버들이 보여주는 동영상에서 보니 제주도에서나 볼 수 있는 오름같이 생긴 언덕 위로 올라가는 길에 무장애 데크길이 보인다. 요즈음 우리는 새로 생기는 무장애데크길을 열심히 찾아가는 터라서 반가운 소식이다. 오름공원은 벌써 2년 전에 개장하였다고 하지만 우리는 오늘에서야 가게 되었다.


지하철 3호선과 5호선이 만나는 오금역 2번 출구에서 열세 명이 모인다.

지하철 출입구 앞 길모퉁이에는 인공폭포가 만들어져 있고 그 위에 정자도 한 채 서 있어서 그림이 좋다. 폭포는 여름철에만 가동하는지 지금은 회색의 마른 암벽만 보인다.

폭포 옆으로 오금공원으로 곧장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을 조금 오르니 금방 숲길이 나타난다. 숲길은 옆으로 오금로라는 큰길을 따라가므로 차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가을색이 짙어진 숲이  운치가 있다. 숲길을 따라가다 보니 큰 건물 하나를 만나는데 송파도서관이라고 한다. 우리는 도서관 뒤편의 숲 속으로  다시 올라간다. 숲길에 다시 올라서 오름공원으로 가는 길을 찾는데 오금동유래비라는 비석이 보인다. 비석에 적힌 내용을 대강 훑어보니 예전에 이곳에 오동나무가 많이 자랐고 그 오동나무로 거문고를 만들던 장인이 많이 살았다고 하여 오동나무 梧 거문고 琴, 오금동이라는 지명이 붙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오금동유래비를 지나서 한 아파트단지가 보이는데 그 뒤편을 둘러싼 숲길을 돌아가니 그제야 오름공원 쉼터라는 팻말이 나오고 쉼터로 올라가는 무장애길이 시작된다.


오름 쉼터에 이르니 넓은 평지에 잔디밭이 펼쳐지고 잔디밭 둘레 울타리 주위에는 이미 시들어 버린 수국꽃들이 둘러서 있다. 여름에 왔더라면 만발한 수국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생각하며 사방을 둘러보니 탁 트인 전망이 아주 좋다. 다만 날씨가 흐려서 서쪽으로 롯데타워(남산의 서울타워 다음으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지난주에는 강북의 배봉산 정상에서도 롯데타워를 보았으니까)와 동쪽으로 남한산성이 있는 남한산만이 아주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오름공원 정상의 한쪽 편에는 열린 휴게실이 있어 이곳 벤치에 앉아서 경치를 감상하며 쉴 수도 있다.

우리도 쉼터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 올라오던 길과는 반대방향으로  내려간다. 역시 무장애데크길이 있어서 좋다. 산길에서 흙냄새 숲냄새를 맡으며 흙길을 걷는 재미도 있지만, 데크길에서는 발밑에만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단풍구경을 즐겨가며 걸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흙길이 좋다면서 굳이 낙엽이 수북이 덮인 오솔길을 찾아 그리 오라고 손짓하며 앞서서 걸어내려 가는  친구도 있다. 어쨌든 두 길은 만난다. 이제야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흐린 날씨에도  주위를 환하게 밝혀준다.


언덕을 내려와서 처음 출발하던 지점인 폭포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오금공원 앞으로 난 큰길 (중대로)을 건너서 맞은편 오금동의 빌딩들 사이의 골목으로 들어가서 친구가 찾아놓은 식당으로 들어간다. 친구가 미리 예약해 준 덕분에 식당에서는 우리를 위해 독방을 마련해 주었다. 마침 전날 백돌 생신을  맞으신 한 친구가 있어 그 어머니를 위해 축하의 건배를 들면서 우리도 그 어머니처럼 백세까지? 잘 살아서 함께 걸어보자고 서로의 건강을 기원한다. 앞으로 20여 년은 더 살아야 되는데..?


점심 후에는 송파 친구가 또 좋은 카페로 안내하겠다면서 우리를 큰길 건너편 4번 출구 근처의 멋진 베이커리 카페로 데려간다. 이 집은 빵이 맛있기로 유명하다면서 그 친구가 빵을 사주는데, 점심을 배불리 먹었다는 친구들이 일제히 빵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꽤 커 보이던 빵은 칼로 제대로 자르기도 전에  순식간에 뜯겨 사라진다.


카페에 들어갈 때 후드득 거리며 내리기 시작하던 비는 우리가 카페에서 나올 때는 말끔히 그쳤다. 다행이다!

오금공원이 지도에서는 아주 작아 보였어도 오늘 우리는 만보 이상 걸었다.


2024년 11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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