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깊은 슬픔이 있다.
아니다. 서럽다. 이런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이, 이런 나라의 여권을 가졌다는 것이 부끄럽고 서럽다.
늦은 밤 뒤늦게 비상계엄이라는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서 봤을 때, 그저 모자란 대통령의 바보 같은 짓이라는 생각뿐이었다. 헛웃음만 나왔다.
궁지에 몰리니 별짓을 다하는구나.
군사독재 시절에나 보고 들었던 단어를 2024년에 듣게 되다니.
웹툰을 보며 그 주제에서 멀리 도망갔다가 점심을 먹으며 뉴스를 보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이번 정권 이후 내내 뉴스는 몰라라 하던 애인이 이번 주말 집회에 나가자는데 그 말을 듣자 지치고 지겨웠다.
왜 나는 10대 때부터 시작한 집회참여를 30여 년 넘게 해야 하는가.
제왕적 대통령이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고 (아마도 국방부 장관하고만 한 듯) 심지어는 여당대표와 원내대표도 뉴스를 보고 알게 되는 이 상황이 기가 막히다. 한 나라가, 5천만 인구가 ‘딱 한 명’에 의해서 이렇게 공포에 사로잡히고 흔들리는 상황이라니 이게 나라인가 싶다.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자신과 가족이 궁지에 몰렸다고 할 수 있는 선택지인가?
진작 이민을 갔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