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첫 프로젝트, '텀블벅' 홍보알림글.
마감이 밀려 한창 정신없이 살던 작년 11월 말의 어느 날이었다. 밤에 메일을 확인하던 도중 낯선 메일이 한 통 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인터뷰 문의] 문화예술계 사이드 프로젝트 사례연구 출판 프로젝트 인터뷰 요청"
응? 문화예술계? 사이드 프로젝트 사례연구? 이건 또 뭐지? 새로운 형식의 스팸인가? 호기심에 열어봤더니 다음과 같은 정중한 메일이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릭킴 작가님,
저는 '플레이젝트'에서 현재 진행 중인, "문화예술계 사이드 프로젝트 연구" 출판 프로젝트 참여 중인 최소영이라고 합니다.
먼저 이렇게 이메일을 통해 먼저 인사드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연락을 드린 이유는 저희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서입니다.
현재 저희가 준비 중인 문화예술계 사이드 프로젝트 연구 출판 프로젝트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사이드 프로젝트를 다양한 시각에서 연구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의 출판물로 제작하여 문화예술계에 종사하시는 분들과 종사하고 있지 않지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께 사이드 프로젝트와 관련된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위하여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 리서치를 진행하던 중, 릭킴 작가님께서 올해 8월에 중앙일보와 함께 진행하셨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작가님께서 사이드 프로젝트 활동을 통해 아티스트의 삶을 시작하시게 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께서 해주셨던 인터뷰를 읽어보면서,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셨던 10년 동안의 직장인의 삶을 떠나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한 변화를 마주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그 용기가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첫 전시를 '아트센터 나비'와 함께하셨다는 부분의 내용에서는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2016-2018년까지 아트센터 나비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했다가, 지금은 IT 회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좋아서 큐레이터로 첫 커리어를 선택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현재의 직장으로 이직을 한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가는데요. 여전히 문화예술에는 관심이 많아서, 플레이젝트와 함께하는 사이드 프로젝트 리서치 팀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을 보면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중에 많은 사람들이 해당 직군에서 근무하기 어려운 점으로 경제적인 부분을 많이 고려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앞서 진행하셨던 인터뷰를 보면서 제게는 작가님의 행보가 정말 가치 있고, 기회가 된다면 작가님 삶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듣고 싶다는 생각과 더 깊은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프페드 프로젝트 준비 그리고 프리키 컴퍼니 리브랜딩 준비와 같은 일정들로 많이 바쁘시겠지만, 혹시 괜찮으시다면 직접 찾아뵙고 저희 출판 프로젝트에 작가님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희망합니다.
혹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이메일 또는 전화/카톡으로 편하게 말씀 주세요.
제 연락처는 다음과 같습니다.
최소영: 010-xxxx-xxxx / 카카오톡: xxxxx
긍정적인 검토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소영 드림
8월 말에 중앙일보 소년중앙 쪽에 실렸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온 인터뷰 요청 메일이었다.
연락하신 인터뷰어가 첫 개인전을 했던 아트센터 나비에 다니셨다는 것도 반가웠고, 무엇보다 '사이드 프로젝트 연구'라는 말에 흥미가 동했다. 평소 입버릇처럼 누구나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해야 한다고 자주 이야기하곤 했는데, 그것을 연구한다는 사람들이 있다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전에 독립서점에서 발견했던 '연필 깎기 연구책'을 발견했었을 때의 그 느낌이랄까?
당시에는 일이 너무 바빠 자주 하던 소셜 활동도 모두 끊고 일만 하던 때라서 여유가 있을지 살짝 망설이긴 했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궁금했다.
전화를 들어 그분께 바로 카톡을 보냈다.
"안녕하세요. 소영 님, 반갑습니다. 릭입니다. 메일 주신 것 확인했습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 하시네요! 혹시 이따 통화 가능하실 때 좀 더 자세한 내용 들을 수 있을까요?"
"와! 벌써 1시간 반이 넘었네요.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셔서 감사해요. 인터뷰하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영 님께서도 수고하셨습니다. 그러게요 정말 그렇게 시간이 흘렀네요. 저야말로 너무 즐거웠어요! 워낙에 말씀을 잘 이끌어내 주셔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인터뷰를 진행한 것은 급한 마감 몇 개를 마친 12월 중순의 어느 날이었다.
내 인터뷰를 회고할 때마다 매번 하는 이야기지만, 누군가와의 인터뷰는 현재의 자신을 비춰보는 거울과도 같다. 이전 글에 올렸던 2020년 5월에 여현준 님과 했던 '아큐페이션의 인터뷰'가 코로나 시절 이태원에서의 나를 비췄던 것처럼, 최소영 님과의 인터뷰 역시 정신없이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해가던 당시의 나를 잠깐 멈춰서 비춰볼 수 있게 해 주었다.
특히 이번에는 이제까지 와의 인터뷰들과 달리 인터뷰어이신 소영 님께서 글로 한번 정리해주신 것을 내가 직접 읽고 정리했다. 연말 프로젝트 마감을 마치고 쉬고 있던 올해 초 이틀을 할애해서 그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시간은 마치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가서 전에 했던 1시간 반짜리 인터뷰를 수없이 다시 반복해서 하는 것과 같았다.
그 덕에 '내가 현재의 삶을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어떤 과거들을 거쳐 이런 삶을 살고 있게 되었는지',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들과 함께 여러 개의 정체성(아티스트, 디자이너, 기획자, 사업가)을 가지고, 각 영역들의 경계 어딘가 즈음에 살아가는 현재의 나에 대해 보다 명확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한 해의 시작치고는 꽤나 바람직한 출발이 아니었나 싶었다. (웃음)
"작가님! 내일 저희 크라우드 펀딩이 오픈될 예정입니다!"
1월 14일 목요일, 소영 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정말 나오긴 하는구나. 신기하다. 남의 이야기를 그림이나 디자인으로 만드는 것은 많이 해봤지만, 내 이야기가 실린 첫 책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역시, 인생은 재미있어. 막상 닥치기 전까진 무엇이 일어날지 통 알 수가 없다니까.'
이 책은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며 고민이 많았던 저자 일곱 명 - 고민정, 김경옥, 나수연, 우혜진, 이지언, 조아라 그리고 최소영 - 이 모여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장르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 일곱 명을 만나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담은 모음집입니다.
취업에 대한 불안감, 직장 생활 속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권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한 방황, 가슴 뛰는 것을 하고 싶은 도전의식,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마주할 법한 갈등들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복잡한 현실 속에서 가만히 가라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는 많은 예술인들 가운데 보다 열정적인 자세와 에너지로 '나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이드 프로젝트는 본업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병행하는 활동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범주와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목표는 무궁무진합니다! 경제적인 이유로, 또 다른 자아실현을 위해, 더 재미있게 살고 싶어서, 주체적인 삶을 찾고 싶어서 등 각자의 활동이 목표한 바는 모두 다르겠지만, 이런 활동으로 인해 개개인의 삶은 더욱 가치 있어지고 예술생태계는 더 다채롭고 유기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계의 사이드 프로젝트 사례들을 수집하기 위해 다양한 장르에서 각자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고 있는 일곱 명의 예술가 -작가, 음악가, 디자이너 등- 을 만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 이를 통해 성취한 것,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 본업과 사이드 프로젝트를 병행할 때 중요한 자세나 태도 혹은 조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이를 모음집 형태로 묶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발견한 사실은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즐겁게 일하면서 지속적인 수입을 창출할 수 있을까, 또한 어떻게 하면 본업도 지키며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을까 등의 고민을 누구나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책 속에는 나만이 아닌 모두가 하는 고민들 사이에서 마음속에 그려온 아이디어 또는 꿈을 사이드 프로젝트 형태로 구현해내는 여러 아티스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여러분만의 사이드 프로젝트에 도전해보시길 바랍니다!
[목차]
- Prologue / 들어가며
- 나도 모르게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왔던 기획자 겸 음악가 김민수
- 예술과 과학의 경계를 허무는 음악가 겸 환경공학자 김대희
-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프리랜서 에디터 조연희
- 따로 또 같이 취향을 공유하고 나누는 그래픽 디자이너 그룹 개개인
- 시인 없는 세상에서 시를 쓰는 홍지호
- 미술과 건축을 넘나드는 아트 콜렉티브 그린앤블루
-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팝 아티스트이자 프로젝트 디자이너 릭킴
- Epilogue / 마치며
- 더 찾아보기
- [그래서 우리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다]를 후원해주신 분들
멋진 소개말이다.
나 말고도 어떤 분들이 인터뷰이로 참여했는지 이번에 펀딩 페이지를 보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제 각각의 분야에서 다들 멋지게 살고 있는 분들인 것 같다. 이들의 삶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했다.
펀딩 목표 금액은 첫날에 100%를 모두 채웠다고 한다. 생각보다 반응이 빨리 와서 멤버들도 깜짝 놀랐다고. 오늘 날짜(1월 17일) 기준으로 펀딩 마감까지 12일이 남았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된 펀딩 페이지에 들러주시길.
https://tumblbug.com/playsideproject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본캐와 부캐를 같이 번갈아가며 좀 더 풍성하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 분들은 펀딩을 통해 책에 실린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다. 나도 이 책에 실린 다른 분들이 어떻게 사는지 좀 살펴봐야겠다. (웃음)
2021년 새해 첫 달이 멋진 프로젝트로 시작되는 듯하다.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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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7일 09시 12분
안양시, 집에서
릭킴 Ric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