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귀찮거든
코로나 확진자 추세가 잠깐 주춤했던 지난 달, 날이 길어진 덕분에 미뤄뒀던 약속 모임들이 잦았다. 인원 제한도, 영업시간 제한도 해제되어 한 번 지인들을 만나면 2~3차까지 이어지는 날이 다반수였다. 그러다보니 잠깐 잊고 지냈던, 미묘하게 거슬리는 점이 느껴졌다.
결제할 때 가장 늦게 일어나는 사람
챙길 짐은 내가 가장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몸만 일어나도 되는 사람들이 결제할 때만 되면 엉거주춤하며 가장 늦게 계산대로 어기적대며 걸어왔다. 이미 총액을 포스기에 띄우고 결제하기만을 기다리는 직원 앞에서 당연히 한시라도 빨리 카드를 내밀어야 했다. 그제서야 들려오는 한 마디. "XX가 다 결제하고 한꺼번에 정산해줘~!". 자연스럽게 다음 가게에서도 결제를 맡아야 했고, 텅텅 줄어드는(or 불어나는 카드값) 계좌를 보며 한편으로는 정산할 생각을 하니 귀찮음이 밀려왔다.
모두가 사람인지라 먹은 당일 혹은 다음날 오전에 빠르게 정산을 하기도 귀찮고, 각자의 사정이 있어 바로 받지 못하는 때도 많다. 특히 백원, 많게는 천원 단위를 쪼개는 것이 애매해서 십중팔구는 적은 금액이지만 차액을 감수하고 나머지만 정산 받는다.
어찌됐건 같이 쓴 금액은 송금을 받기 때문에 별일인가 싶겠지만, 매번 결제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여간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즐겁게 놀고 헤어진 다음 날 (정당하지만)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점, 확연하게 줄어든 체크카드 계좌나 불어나는 카드값,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다시 찾아보고 더해서 나눠야하는 번거로움, '백원 단위까지 얘기해야 하나' 싶은 사소한 고민까지. 심지어 이런 수고로움을 모두 겪었는데 돈을 보내주기만 되는 것이라는 태도로 고맙다는 한마디 없는 모습은 참 배려 없어보이기까지 한다.
그렇게 귀찮고 속에 담아둘 일이면 카드를 내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아니. 아무도 카드를 꺼내지 않는다니까? 결제를 할 타이밍에 선뜻 카드를 먼저 내미는 사람이 정말 아무렇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만, 후에 정산하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귀찮은 일임이 분명하다.
다 먹고 일어날 때 유독 조용해지거나 행동이 느려지는 것. 정말 티나게 하찮은 모습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