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카와라라는 한 인간의 시간, 예술로 남다
작년 프리즈에서 까만 바탕 위에 무심히 적힌 과거의 날짜가 그려진 작품을 보았다. 그 옆에는 해당 날짜의 신문이 놓여 있었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한 일본의 개념미술가, 온 카와라(On Kawara)의 작품이었다. 최근, 이 사나이의 인생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온 카와라는 죽기 전까지 약 3,000점의 작품을 만들었으며, 120~140개의 각기 다른 도시를 다니며 작업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작품은 'Date Painting' 또는 '일일 회화'라고 불린다. 이 연작은 단색 바탕에 날짜만을 그려 넣는 것으로, 1966년부터 약 50년간 같은 작업을 반복해왔다. 우리는 이를 'Today Series', 즉 '오늘 연작'이라 부른다.
29,771일, 이것이 그가 살아온 시간이다. 그는 삶 동안 제대로 된 사진 한 장, 인터뷰 하나 남기지 않았다. 작품을 제외하면 그의 삶에 대한 기록은 거의 없다. 언제 태어났고, 언제 죽었는지조차 추정해야 할 정도로 신비로운 삶을 살았다. 그의 사망 후, 데이비드 즈위너 갤러리가 도록을 분석해 밝힌 바에 따르면, 그는 29,771일을 살았으며, 2014년 6월 27일에 사망했다. 이를 거꾸로 계산해보면, 그는 1932년 크리스마스이브에 태어났다. 이를 밝혀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작품 뒤에 자신의 살아온 날수를 철저히 기록했기 때문이다.
본인의 하루라는 시간을 작품으로 남긴다는 것은 매우 사적인 기록이다. 카와라는 자신의 삶 자체를 작품의 소재이자 주제로 삼았다. 그리고 그는 작품 외의 자신에 대한 모든 사적인 기록을 제거함으로써 작품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그의 삶은 단순해 보이는 페인팅을 통해 예술로 승화되었다.
이렇게 한 인간의 시간이 오롯이 작품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그 사람의 하루를 온전히 내 안으로 들이며 교감하는 것이다. 내 하루가 변해가는 것처럼, 나라는 인간도 끊임없이 변해간다. 갈등을 직면하는 것의 가치를 깨닫기도 하고, 내 본성과 어울리지 않는 의사결정을 하며 씁쓸한 하루를 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의 나를 관찰한다. 그리고 매주 이 공간에 나의 한 주를 기록함으로써 타인과 교감을 시도한다. 그 과정 속에서 진실됨을 다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