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예측불허의 반전, 실수, 놀랍고 짜릿한 성공...이 모든 게 포진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인생은 같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당신이고, 나는 나죠. 같은 사건에도 나와 당신은 완전히 다르게 반응하죠. 그 차이를 헤아리는 게 배움입니다. 그 다름을 충돌 없이 표현하는 상태가 지성이지요.
<인생의 언어를 찾아서> 김지수, 경영사상가 찰스 핸드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친구입니다.' 중
우리팀은 소수의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 PE팀이 그럴 것이다. 지난 5년 정도 경험을 통해, 조직이 작을수록 엔트로피가 높아지기 쉽다는 점을 느꼈다. 왜 무질서와 혼란의 척도인 엔트로피가 작은 조직에서 더 치솟는 것처럼 느껴졌을까.
우리는 그 동안 닫힌 시스템에서 일해왔다. 인적, 물적자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서로의 역할을 정의했고, 다양한 업무를 소수 인원이 담당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역할의 중첩성과 모호성이 증가하면서, 업무의 명확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팀 셋업 당시 함께한 주니어 애널리스트의 역할은 그의 경력이 늘어남에 따라 재설계 했어야 했다. 다른 PE로 이직한 그를 축복해줬지만, 그가 성장한 만큼 조직내 역할을 찾아주지 못한 나를 반성하게 된다.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재설계 해야 한다.
증권사 IB 시절에는 큰 조직이었던 만큼, 의사소통 시스템이 계층적이었고, 정보 전달이 나름 체계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게 장점인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몰라도 되는 부분은 몰라도 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작은 조직은 자칫 신경을 세심히 쓰지 않으면 정보전달이 잘 되지 않고, 비효율적으로 관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이게 신뢰 문제로 번진다면 더 조직관리가 더 힘들어지게 된다.
작은 조직의 엔트로피는 잘 조절되어야 한다. 서로의 역할로 구성된 시스템은 지속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하며, 조직 내 정보의 흐름은 잘 관리되어야 한다. 우리에게 잘 맞는 효율적인 정보관리 시스템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찰스 핸디의 인터뷰는 이런 교과서적인 생각만 하던 내게 큰 울림을 줬다. 상대와 생각의 차이를 헤아리는 것이 배움이고, 그 다름을 충돌없이 표현하는 상태가 지성이라면, 나는 그동안 배움과 지성을 성실히 실천해왔는지 반문해본다. 조직의 엔트로피는 각자의 배움과 지성을 통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되는 것이 아닐까.
*복잡성과 다양성을 포용한 포스트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리처드 롱의 작품, 작은 조직일수록 포용력이 높아야 하지 않을까하는 마음을 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