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연결의 구조
어제는 앞으로 이런 날씨에 티샷을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푸른하늘이 멋진 날이었다. 친한 스타트업 대표 형님의 초대로, 교육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A 대표님, 그리고 회사를 Exit하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 중이신 B 대표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두 분과의 대화 속에서 후한 오케이도 주고받으며 기분 좋은 하루를 만끽했다.
아침 식사부터 라운딩, 그리고 점심까지 이어진 반나절 동안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특히 나와 비거리가 비슷한 B 대표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팔로우스루 없이 몸통스윙으로 안정적으로 스코어를 유지하는 모습에서 그분의 사업 운영 방식까지 연상하게 됐다. 마치 꼼꼼하고 실수 없는 경영 스타일처럼 말이다.
나의 우문에 대한 이분의 인상깊은 답변을 회고해본다. 배울 게 참 많은 분이었다.
Exit 후의 생활에 대해
"제 회사를 Exit 하고 좋아하는 골프도 원 없이 치고, 많이 놀았죠. 그러나 그것도 한 때더라고요. 사업을 성장시키는 지난한 과정과 고생들을 어느새 잊게 되고, 나는 사업을 Exit 해봤다는 경험만 남는 느낌이었어요. 과거가 미화되는 느낌 이랄까? 그래서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고,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어요. 그러나 제가 창업한 회사가 아니었고, 제 전문분야가 아니었다 보니, 생각보다 노력만으로 일이 다 제 손에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제가 투자했던 돈을 회수하는 정도의 수준에서 사업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예요. 잘한 결정 같아요.
그런데 저와 비슷하게 제 주변에는 Exit한 창업자들이 몇 분 계세요. 신기하게도 Exit 후에 다들 평행이론같이 유사한 경험을 하시더라고요. 코인 같은 자산으로 단기간에 부자가 된 사람들이 아니고, 본인의 전문분야로 사업을 했던 사람들이다 보니, 그 특성들이 어디 안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고민이 많아요."
공동대표 체제의 장점에 대해
"공동창업, 공동대표의 장점은 명확해요. 서로 다른 능력을 가진 두 개의 머리가 한 회사를 위해 2,000% 활용되죠. 회사의 생존, 성장을 목표로 함께 뛰죠. 하지만 어느 정도 회사의 성장공식을 발견하고, 궤도에 오르면 공동대표 체제의 장점들이 줄어드는 순간이 와요. 다시 역할을 명확히 구분하던가, 아니면 단독대표 체제로 가버넌스를 재구성하던가죠. 저는 Exit을 택했어요. 이후 제가 창업한 회사는 상장을 했고요. 그 결정에 후회는 없습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창업자가 회사를 Exit한 이후에도 회사와 연을 이어가나갈 수 있는 구조는 이미 시장에 존재하지만, 어제 라운딩에서는 그 필요성을 다시금 체감하고 정리해볼 수 있었다.
스텝다운 파트너십(Step-down Partnership)은 창업자가 회사를 떠난 뒤에도 일정 기간 동안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도록 한다. 이 방식은 창업자의 풍부한 경험과 통찰을 회사역량으로 남겨둔다. 창업자는 물러나면서도 회사의 미래에 여전히 관여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보람과 책임감을 통해 창업자로서의 존재감을 이어갈 수 있다.
Exit 후에도 창업자가 회사의 성과에 따라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어, 회사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기여할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로써 창업자는 회사와의 연결을 유지하면서도 개인적 자유를 얻을 수 있다. 회사가 성장할 때마다 창업자는 경제적 보상을 통해 성과에 대한 만족감을 얻으며, 자신의 노력이 계속해서 결실을 맺는 과정을 지켜본다. 이는 창업자가 회사와의 연결을 잃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면서도 여전히 그 자신만의 흔적을 남길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창업자-투자자 하이브리드 모델은 창업자가 단순히 경영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로서 회사의 성장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구조다. 창업자는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면서도 자신이 일궈온 사업의 미래에 깊이 관여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투자자로서의 역할도 겸한다.
시장과 창업 환경 속에서 창업자와 회사의 관계는 끊어지기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이어져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창업자의 경험과 비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 그리고 그들과 회사의 성장 과정을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다. 이미 존재하는 방식이지만, 그 가치가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구조들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리히터의 추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형태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하는 서로의 역할, 합의, 그리고 회사와 창업자의 지속적인 연결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 같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