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이 된 지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혼자다. 교실 창가 자리는 늘 조용하고, 점심시간에 애들이 밥을 먹으러 가면 나는 홀로 교실에 남는다. 예전에는 그게 제일 마음 아팠지만, 지금은 이 순간이 제일 편하다. 애들과 같이 있으면 다른 애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에 귀가 멍멍해지고, 어지럽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학교생활에 잘 적응했다. 혼자인 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말하면서 하루를 견디다 보니 정말 괜찮아졌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집으로 돌아온다. 길가 편의점 앞에서 무리 지어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아이들을 지나칠 때면, 잠시 그 무리에 끼어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이내 쟤들이 하는 건 시간낭비일 뿐이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집에 들어서면 인기척이 없다. 엄마 아빠는 늘 늦고, 부엌은 고요하다. 냉장고를 열어 전자레인지에 데운 반찬으로 점심 겸 저녁을 먹으며, 노트북을 켜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영상을 본다. 반짝이는 무대와 환호 속에서 노래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게 유일한 위로다. 언젠가 그들의 콘서트에 가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 섞여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부르면, 그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닐지 모른다.
학교에 가도 재미가 없으니 나는 일부러 늦게 잔다. 불을 끄고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다가, 화면 속 무대를 바라보다가,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 나도 모르게 잠이 든다. '내일 졸려도 괜찮아'가 아니라 가급적 나는 학교에서 졸려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빨리 가니까
다음 날 학교에 가면 나는 역시나 멍하니 앉아 있다. 칠판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옆자리 아이가 친구와 속삭이며 웃을 때면 ‘혹시 내 얘기를 하는 건 아닐까’ 괜히 불안해진다. 점심시간이 되면 다시 홀로 교실에 남는다. 어차피 집에 가서 혼자 편히 좋아하는 음식들로 잔뜩 챙겨 먹는 편이 더 낫다.
그런데 며칠 전, 내게 이상한 일이 하나 생겼다. 쉬는 시간 자리에 앉아 있을 때 같은 반에 잘 웃는 미연이가 내게 말을 건 것이다. “너도 이 노래 좋아해? 어제 뮤직비디오 봤어?”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내가 이어폰으로 듣고 있던 노래가 딱 그 아이돌의 신곡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미연이는 짧게 웃으며 “나도 진짜 좋아해”라고 말하곤 친구에게 돌아갔다.
하루 중 흘러간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내겐 잔상이 오래 남았다. 미연이와의 짧은 대화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집에 돌아와 노트북을 켜고 다시 뮤직비디오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가까이에도 있다니.'
물론 나는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음악을 듣고, 혼자 잠든다. 누군가 다가오는 일도, 내가 다가가는 일도 여전히 피곤하다. 오늘도 나는 혼자지만, 왜인지 다가올 내일이 조금은 다른 모습을까 상상하며 눈을 감아본다. 언젠가 진짜 무대 앞에서 울고 웃는 날이 올까.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여전히 나만의 시간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