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렌즈는 다루기가 아주 어렵다. 내게는 마치 등을 내주지 않는 얼룩말 같은 존재라고 까지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한데 그토록 줌렌즈를 다루기 어려운 이유가 과학적 이거나 객관적 지표로 결정 나는 게 아니다 보니 뭐라 잘 말을 못 하게 된다. 이것조차 줌렌즈를 다루기 어려움이란 항목에 통으로 들어간다.
일단 줌렌즈를 끼우고 프레임을 들여다보았을 때, 도무지 내가 몇 mm의 화각으로 현상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지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왜냐하면 최대광각으로 봐도 흥미롭고, 최대망원으로 봐도 흥미로우며, 중간단계 어떤 레인지를 봐도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 전방위적인 흥미로움은 나로 하여금 어느 한 현상에 집중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이걸 뭐라 설명해야 좋을지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 어떤 것 어떻게 줌을 조절하며 들여다봐도 들여다보는 족족 모두 흥미롭고 신기하니 사진도 그대로 찍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나중에 (혹은 찍는 동시에) “이야 이건 이렇게도 저렇게도 다 찍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실제로는 그렇게 공격(?)적으로 운용하지는 못한다. 어떤 의미에서 요컨대 렌즈가 보여주는 다채로움에 휘둘려 [찍다가 식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것과 비교해 그러면 단렌즈는 어떤가? 단렌즈는 적어도 나로 하여금 내가 (렌즈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에 정확한 한계가 있다고 각오를 다지게 만드는 점이 있다. 내가 주위를 둘러보다 카메라를 들여다보면 거기엔 단렌즈가 가차 없이 재단한 화상만이 떠오른다. 그런 상황이면 타협할 것은 내가 그 카메라아이에 맞춰 현상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나마 그렇게 했을 때-혹은 줌렌즈로도 그렇게 할 수 있었을 때- 그나마 단단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줌렌즈)이 이리저리 소개해주는 다채로움보다, 내가 어떤 기준점에 맞춰(단렌즈) 차근차근 들여다보는 것이 아무래도 그쪽에 가까운 것일 테다.
‘그렇다면 단렌즈와 합을 맞춰 묵묵히 나아가면 되지 않는가?’ 혹은 ‘그럼 줌렌즈라도 내가 단단한 시각을 유지하면 되지 않는가?’라는 명제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야!. 과연 써놓고 보니 그런 것이었구나 싶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었구나.라고.
내가 줌렌즈를 끼우고 헤매는 이유는, 한 현상을 보고 그것에 대한 내 감정을 얹어낼 마지막 이미지에 대해 내가 아직도 흐리멍덩하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다른 미혹(다채로운 화각)에 휘둘린다는 것. 단렌즈는 그나마 그것에서 헤맬 여지를 그나마 잘라냈기 때문에 오히려 다채로운 시각을 내가 가질 수 있게 한다는 것.
이것 참, 쓰다보니 아직 카메라아이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으로 귀결되는 당연한 결론이 나 버렸군요. 아휴 줌렌즈 사러 가야겠다. 실전적인 연습을 해야 늘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