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카페 노마드
"어디에서 일이 가장 잘 되세요?"
“카페요. 카페에서는 누구도 방해하지 않거든요.”
일이 잘 되는 공간으로 카페를 꼽는 이들이 많다.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 원두 가는 소리와 대화 소리, 음악이 섞여 만드는 적당한 소음, 카페인이 주는 각성효과, 작업을 방해하는 동료가 없는 것,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이 주는 자극까지. 카페에서 일할 때의 장점이다.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도, 카페는 일하러 가고 싶은 공간으로 자주 리스트에 올랐다. 치앙마이에 둥지를 틀었으니, 일할 공간을 고를 차례였다. 집,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같은 다양한 카테고리의 선택지가 있었지만, 이왕이면 사무실을 벗어난 환경에서 일하는 자유를 누리고자, 여러 카페들을 오가기 시작했다.
맛있고 사랑스러운 가격의 커피
치앙마이 카페들의 커피 맛은 좋은 편에 속했다. 치앙마이가 자리한 태국 북부에 커피 생산지가 있기 때문인 듯했다. 게다가 치앙마이의 물가는 사랑스럽다고 말할 만큼 저렴한 편이라, 맛있는 커피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대개 40밧에서 70밧 사이(약 1300원에서 2400원 사이)의 금액이면 충분했다.
푸르름 가득한 치앙마이 카페들
치앙마이의 카페들은 푸르르고 싱그러웠다. ‘그린(Green)’과 ‘인테리어(Interior)’를 합쳐 만든 ‘그린테리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나무가 울창한 야외에 떡하니 놓인 테이블은 이파리가 떨어지고 개미가 종종 기어 다니는 그야말로 자연이었다. 실내 카페에 가더라도 창 밖으로 울창한 나무들이 보여서 햇살 받은 나뭇잎처럼 내 마음도 싱그러워졌다. 카페에 갔을 때 코 끝에 닿는 커피 향과 적당한 소음도 마음에 들었다.
하루를 여는 커피 한 잔
그래서 커피로 하루를 여는 날이 많았다. 그날 마음이 끌리는 카페로 향하는 일은 사소하지만 일상의 변주를 주는 즐거움이 되었다. 그날 내가 선택한 자리가 그날의 내 사무실이 된다는 것. 그 사소한 자유가 주는 기쁨을 누리며, 테이블 한편에 커피 한 잔과 함께 노트북이나 노트를 펼쳐 할 일을 하곤 했다.
이따금 일을 하다가 주위를 둘러보기도 했는데, 평일임에도 카페 곳곳에 노트북을 가져와 일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였다. 까만 얼굴의 태국인들과 나처럼 이국에서 온 듯한 생김의 이방인들이 각자 조용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아참, 여긴 디지털노마드의 도시였지.'
각자의 섬, 스며드는 허전함
여러 날을 그날 마음이 이끄는 카페로 향하며 ‘선택의 자유’를 누리곤 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허전했다. 카페는 누구에게나 열린 모두의 공간이자,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떨거나, 일을 하는 등 각자의 사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다. 다르게 말하면, 카페에 앉아있는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관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치 제각각 부유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해야 할까?
각자 조용히 자신의 일을 하는 카페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니, 저마다 가진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왜 여기에 왔는지, 이곳에서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좋아하는 장소는 어디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같은 그들의 이야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