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치북클럽 <다독다독>
2025년 상반기,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은 소설읽기를 택했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과 타인의 이야기를 함께 읽고 주인공과 그들이 경험하고, 인내하고, 해결하는 지점들을 짚어보며 우리가 다들 얼마나 다른 관점으로 이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고 살아가는지 논의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로 에세이나 인문서, 심리치유 책 등으로 책모임을 하던 나에게도 의미있는 시도이기도 하고 독서모임의 방향에 변화를 주는 것도 즐거운 일.
마침 모임 전 읽은 박연준 작가의 책에서, 소설읽기에 대한 메세지가 있었다.
책모임으로 책을 선정할 때 재미있는 책이나 이야기 나눌만한 깊이 있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화제성'또한 중요한 주제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모순>은 꼭 한번 다루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 안진진은 김장우와 나영규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안진진'이라는 이름 자체가 진실되기 어려운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 사진작가 김장우를 사랑한 것 같았지만 '사랑하는데 떠나는 것 같은' 진진의 선택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 안진진은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진작가에게 오히려 자기 자신을 숨기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이고, 진실을 회피하는 사람으로 보여졌다.
- 사진작가 김장우에 대한 마음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안진진이 스스로 닮은 사람이라 여기는 동류의식에 가까운 것으로 보여졌다.
- 안진진은 이모와 교감하고 마음으로 친밀감을 느낀다. 이모의 죽음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이모의 삶을 선택하는 안진진의 모습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안진진은 두 남자와의 만남을 결정할 때도 전화가 오는 순서를 기다리는, 운명에 맡긴 선택을 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20대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에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그녀가 현실적인 삶을 사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짜피 인생은 내가 어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
- 안진진은 태생적인 감성의 결핍이 있는 인물이고, 그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일탈하는 안진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 안진진이 선택한 것은 안정된 삶이 아니라 '자신도 알 수 없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안진진은 행복하려고, 잘 살기 위해 결혼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 안진진이 아버지에 대해 좀 더 관대하고, 그의 삶에 의미부여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 어쩌면 안진진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주도적으로 사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삶은 모순적이기 때문에, 결국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 안진진은 비합리적이기도 하고 외부적인 요건을 따라 삶을 살아가는 인물처럼 느껴져서, 한편으로는 편하게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이 책은 불완전하고 갈팡질팡하던 나에게 <삶의 주도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것을 던져준 책이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던 25살의 나에게는 인생책이기도 하다.
<엄마>
- 힘든 삶을 살았기에 더 열심히 살았던 엄마였기에 큰 불행이 오히려 그녀에게 활력이 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캐릭터였다.
-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내는 사람이고, 살아있는 사람이다. 삶을 스스로 살아내는 사람이 갖는 다채로운 사람이다.
-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서점을 달려가는 엄마의 캐릭터가 생뚱맞다고 보여졌지만, 엄마는 어떤 문제이든 답을 알고 싶은, 진실을 알고싶은 욕구가 강한 인물이라 여겨졌다.
<이모>
- 자식과 가족만을 위해 꽃처럼 살아온 사람이기에 그녀가 느낀 우울감과 외로움이 깊었던 것 같다.
- 엄마와 반대로, 비주체적으로 살아가는대로 살아가는 이모같은 삶은 단조롭고 매력이 없는 것 같다.
- 이모의 삶처럼 선하고 아름다운 것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엔 부족한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모가 결국 주체적으로 선택한 단 하나가 죽음이었다. 이모는 죽음으로 자신의 삶을 지켜낸 것일지도 모른다.
- <모순>이라는 제목이 지금 세대를 이끌었던 것 같다.
현실은 지리멸렬한 삶이지만, 뜨거운 사랑, 그럴듯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십대의 마음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 2030에게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계란 띄운 쌍화차'처럼, 호기심이 가는 레트로의 감성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사랑과 선택이라는 주제는 시대를 불문하고 20대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치열한 문제일 수 있다. 이 소설을 그 주제를 너무나 잘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
-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하는 무엇이다.
- 그는 희미한 것들을 사랑하고, 나는 가끔 그것들을 못 견뎌 한다.
-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 나도 세월을 따라 살아갔다.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