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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모임 18. <모순> - 양귀자

아미치북클럽 <다독다독>

by write ur mind

2025년 상반기,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은 소설읽기를 택했다. 언제부터인지 사람들과 타인의 이야기를 함께 읽고 주인공과 그들이 경험하고, 인내하고, 해결하는 지점들을 짚어보며 우리가 다들 얼마나 다른 관점으로 이 세상과 사람을 이해하고 살아가는지 논의하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주로 에세이나 인문서, 심리치유 책 등으로 책모임을 하던 나에게도 의미있는 시도이기도 하고 독서모임의 방향에 변화를 주는 것도 즐거운 일.


마침 모임 전 읽은 박연준 작가의 책에서, 소설읽기에 대한 메세지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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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모임으로 책을 선정할 때 재미있는 책이나 이야기 나눌만한 깊이 있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화제성'또한 중요한 주제가 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 <모순>은 꼭 한번 다루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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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소설은 "이렇게 살아서는 안돼!"라는 주인공 안진진의 독백으로 시작됩니다. 안진진의 삶에 대한 태도, 사랑을 대하는 방식과 그녀의 선택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주세요.


- 안진진은 김장우와 나영규 두 남자를 모두 사랑한 것 같지는 않았다. '안진진'이라는 이름 자체가 진실되기 어려운 마음을 표현한 것 같다.


- 사진작가 김장우를 사랑한 것 같았지만 '사랑하는데 떠나는 것 같은' 진진의 선택을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 안진진은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진작가에게 오히려 자기 자신을 숨기는 모순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이고, 진실을 회피하는 사람으로 보여졌다.


- 사진작가 김장우에 대한 마음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안진진이 스스로 닮은 사람이라 여기는 동류의식에 가까운 것으로 보여졌다.


- 안진진은 이모와 교감하고 마음으로 친밀감을 느낀다. 이모의 죽음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이모의 삶을 선택하는 안진진의 모습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안진진은 두 남자와의 만남을 결정할 때도 전화가 오는 순서를 기다리는, 운명에 맡긴 선택을 하는 방식을 선택한다. 20대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에는 그녀의 그런 모습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그녀가 현실적인 삶을 사는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짜피 인생은 내가 어쩐다고 되는 것이 아니니까.


- 안진진은 태생적인 감성의 결핍이 있는 인물이고, 그런 자신을 제어하지 못해 일탈하는 안진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 안진진이 선택한 것은 안정된 삶이 아니라 '자신도 알 수 없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안진진은 행복하려고, 잘 살기 위해 결혼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여진다.


- 안진진이 아버지에 대해 좀 더 관대하고, 그의 삶에 의미부여하는 모습이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 어쩌면 안진진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주도적으로 사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삶은 모순적이기 때문에, 결국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 안진진은 비합리적이기도 하고 외부적인 요건을 따라 삶을 살아가는 인물처럼 느껴져서, 한편으로는 편하게 미워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 이 책은 불완전하고 갈팡질팡하던 나에게 <삶의 주도권의 문제>에 대해 생각할 것을 던져준 책이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었던 25살의 나에게는 인생책이기도 하다.



2.

불행을 모두 거머쥐고도 거침없이 살아가는 엄마와 우아한 백조처럼 살았지만 결국에는 무너져버리는 이모의 삶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엄마와 이모의 극명히 대립되는 캐릭터를 통해 느껴진 점이 있다면 나누어주세요.


<엄마>

- 힘든 삶을 살았기에 더 열심히 살았던 엄마였기에 큰 불행이 오히려 그녀에게 활력이 되는 것처럼 보여지는 캐릭터였다.

-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내는 사람이고, 살아있는 사람이다. 삶을 스스로 살아내는 사람이 갖는 다채로운 사람이다.

- 문제가 있을 때마다 서점을 달려가는 엄마의 캐릭터가 생뚱맞다고 보여졌지만, 엄마는 어떤 문제이든 답을 알고 싶은, 진실을 알고싶은 욕구가 강한 인물이라 여겨졌다.


<이모>

- 자식과 가족만을 위해 꽃처럼 살아온 사람이기에 그녀가 느낀 우울감과 외로움이 깊었던 것 같다.

- 엄마와 반대로, 비주체적으로 살아가는대로 살아가는 이모같은 삶은 단조롭고 매력이 없는 것 같다.

- 이모의 삶처럼 선하고 아름다운 것만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엔 부족한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모가 결국 주체적으로 선택한 단 하나가 죽음이었다. 이모는 죽음으로 자신의 삶을 지켜낸 것일지도 모른다.



3.

이 책은 1998년 출간된 소설이고 저도 20대 후반에 읽었던 오래된 책입니다. 누군가의 추천으로 거론되었다고 해도 다시 베스트셀러가 되기까지는 쉽지 않은데요, 이 책이 현대 사회에 다시 회자되고 읽히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이 책이 어떻게 느껴질 것이라 여겨지시나요?


- <모순>이라는 제목이 지금 세대를 이끌었던 것 같다.

현실은 지리멸렬한 삶이지만, 뜨거운 사랑, 그럴듯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이십대의 마음을 잘 설명해주는 단어라는 생각이 든다.


- 2030에게 요즈음 인기를 끌고 있다는 '계란 띄운 쌍화차'처럼, 호기심이 가는 레트로의 감성일 수도 있을 것 같다.


- 사랑과 선택이라는 주제는 시대를 불문하고 20대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치열한 문제일 수 있다. 이 소설을 그 주제를 너무나 잘 드러내는 이야기이다.



<책 속에서>


-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하는 무엇이다.


- 그는 희미한 것들을 사랑하고, 나는 가끔 그것들을 못 견뎌 한다.


-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인간을 보고 배운다는 것은 언제라도 흥미가 있는 일이었다. 인간만큼 다양한 변주를 허락하는 주제가 또 어디 있으랴.


- 나도 세월을 따라 살아갔다.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나는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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