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떨결에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사고 나자 살 집을 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습했다.
대충 검색을 해 본 결과 외국인인 내가 단기로 거주하기에는 '콘도'나 '아파트먼트'가 적당해 보였다. 한국의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과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파트먼트는 호텔이나 레지던스처럼 관리자가 개별 숙소를 임대하는 형식이며 전반적으로 콘도보다 저렴하고 단기로도 계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한국 여행자들이 '태국 한 달 살기'를 하기에 적당하다.
콘도는 개별 호실마다 집주인이 따로 있고, 부동산을 통해 집주인과 연락하여 계약을 하면 된다. 보증금은 보통 2달 치 월세를 뜻하기 때문에 계약할 때 월세 세 달 치를 치르면 되는 것이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계약이 가능하여 단기 거주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계약기간 이하로 거주하고 퇴거하게 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lenthub thailand'라는 웹 사이트에는 콘도와 아파트 리스트와 숙소 사진, 부동산 담당자 연락처가 나와 있어서 편리하게 집을 구할 수 있다.
다행히 태국에 도착한 후 3일 동안은 학교 안에 있는 외국인 학생 기숙사에 머물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해 주셨다. 기숙사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이튿날 일찍, 도서관에 위치한 카페로 향했다. 야자수가 우거진 이국적인 캠퍼스 풍경을 보면서 카푸치노 한 잔 하고 싶었다. 이른 아침이지만 내려쬐는 햇볕이 따갑다.
도서관 카페 야외 벤치에 앉아 카푸치노를 마시며 야자수와 이름 모를 수목으로 우거진 학교 캠퍼스를 바라보고 있자니 내가 태국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태국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만난 부동산 담당자와 함께 학교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위치에 있는 콘도를 먼저 방문했다. 도착하자마자 내심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 멋진 야외 풀이 있는 숙소가 월세 25만 원이라고요?’
5층 높이의 4개의 콘도 건물은 20m 정도로 길게 조성된 청량한 야외풀을 중심으로 위치해 있었고, 각 건물마다 공부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는 공용 공간인 라운지가 있었다. 심지어 트레드밀과 근력운동기구가 갖춰진 헬스장도 있고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야외 공간도 있다.
이후 몇 개의 콘도를 더 둘러보면서 깨달은 사실은 태국의 대부분의 콘도가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사우나 시설과 오락시설을 갖춘 라운지를 구비하고 아침에 조식을 제공하는 고급 콘도도 많다고 했다. 내가 사는 지역은 방콕에서 조금 떨어져 있어 월세가 저렴한 편이었지만 그렇다고 방콕의 콘도도 그동안 살던 집들의 월세를 감안하면 비싼 편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원베드룸 숙소에 월 200만 원 가까이 지불했었고 유럽에서도 월 140만 원 정도 집세로 지출했던 것을 생각하면 태국 월세가 무척 저렴하게 느껴졌다.
고심 끝에 내가 선택한 숙소는 내가 첫 세입자라고 했다. 집주인은 영어를 잘했고, 예의 바르고 얌전한 남자였다.
‘어디 보자… 옳지.. 동남향이구나. 샤워기 물도 잘 나오고!’
풍수지리를 따져본답시고 나침반까지 꺼내서 창문의 방향을 확인했다.
일사천리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방에 들어와 소파에 털썩 앉았다. 커튼을 여니 나지막한 건물들이 오밀조밀 펼쳐졌고, 우기를 알리는 빗방울이 막 쏟아지려는 찰나였다. 이제 여기가 앞으로 내가 생활할 나만의 공간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괜히 주방 냉장고를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그 기분을 즐겼다.
차차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학교 주변에는 월세 15만 원짜리 숙소도 많았다. 수영장이나 헬스장이 없는 대신 월세가 저렴해서 학생들이 많이 산다. 이마저 룸메이트를 구해 함께 사는 학생들도 많다.
그리고 태국에서 집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것들 중 하나는 편의점의 위치라는 사실도 배웠다. 왜냐하면 더운 날씨가 그 어떤 것보다 사람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물 한 병을 사러 나갔다가 땀범벅이 되어 돌아오는 일을 겪고 나자 다음번에 집을 구할 때는 꼭 편의점 코 앞에 구하리라 마음먹었다.
태국에서는 별 것도 아닌 수영장 시설과 이국적인 야자수 풍경이 괜히 멋지고 호화스럽게 보여 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사진을 전송해 본다.
‘태국에 오면 우리 집에 놀러 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