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깔맞춤 프로젝트
오래전부터 모든 양말을 한 종류로 통일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빤스야 그날의 기분이나 컨디션에 따라 종류를 달리하는 경우는 있지만 양말은 아무거나 잡히는데로 신는 편임에도 같은 디자인의 양말이 거의 없다. 가끔씩 빨래통이 폭발해 잔해가 흩어진 듯한 상황이 연출되야만 빨래를 돌리는 경우가 있는데 양말의 수도 엄청나서 건조대에 짝을 맞춰 걸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내가 항상 양말을 1+1이나 2+1으로 구입하면서 디자인이 다른 양말들을 사 모았기 때문이다. (굳이 양말에 취미가 있어 모은 건 아니고 생필품이니 필요하다 싶을 때 하나씩 샀을 뿐이지만)
그리고 아주 가끔씩 원인을 알 수 없는 분실사고가 일어난다. 이 좁은 집에서 도대체 어디로 사라지는지 한 짝이 어디론가 사라져 본의 아니게 싱글이 되는 양말들이 있다. 아주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런 짝 잃은 양말들은 이후 같은 종류의 짝 잃은 친구를 만나면 온전한 양말이 되기도 한다. 마치 이혼전문 결혼정보회사에서 짝을 만나는 경우와 비슷하다고 할까.
이런 비극적인 일을 피하고 빨래의 가장 귀찮은 과정인 '건조대 널기'의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모든 양말을 한 종류로 맞추고 싶었다. 통 크게 같은 종류 20개 묶음에 과감한 투자를 해서 양말 통의 다문화를 없애고 아침에 눈감고 집어도 깔맞춤이 되는 그런 상황, 건조대에 아무거나 잡히는 데로 집고 걸어도 걱정 없는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이 프로젝트를 온전히 성공하기 위해선 지금 가지고 있는 모든 양말을 단번에 버리고(아직까지 신던 양말을 기부받는 단체를 보지 못했다) 새 양말을 사야 하는데 구입한 지 1~2달 된 비교적 새양말까지 버리지 않으면 깔끔하게 성공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산지 얼마 안 된 양말을 버리기엔 너무 아깝고 모두 헌 양말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실행하기엔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다. 금세 흐지부지되어 나도 모르게 또 어디선가 1+1으로 양말을 집어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점진적인 변화를 줄 것인가, 급진적인 변화를 할 것인가, 그냥 살던 대로 살 것인가...
정말 쓰잘데기 없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