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긴 글렀다
블로그에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된 글을 올려주면 레퍼럴 코드를 발급해주겠다는 메시지가 왔다. 코드 링크를 통해 가입한 사람은 거래 수수료를 일정 부분 할인받고, 링크를 건 사람은 가입자가 거래할 때마다 수수료 같은 걸 받는 식이다. 요율이 얼만지 알 수 없으나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 코인 투자 실패로 사람이 목숨을 끊는 시대에 거래소 이용을 권하는 글이 개운치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지나친 감정 이입이다. 수많은 거래소 중 하나를 소개할 뿐이고, 투자를 결정하는 건 개인의 몫이다. 두 가지 사이에 어떤 인과는 없을 텐데 미약한 연결고리가 나는 좀 마음이 쓰였다. 자주 쓰지 않더라도 일기나 서평 등을 남기던 개인 공간(블로그)에 그런 글을 쓰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어딘지 걸렸다.
오늘은 스마트 스토어에서 밀키트를 판매하는 분이 연락을 해왔다. 상품과 소정의 금액을 드릴 테니 포스팅을 해달라는 내용이다. 이 분은 홍보 업체도 끼지 않고 글을 남겨 마음이 좀 그랬다. 글에는 '포스팅', '고수익', 'blog', '건당3만원' 같은 공해도 없었다. 하지만 역시 내키지는 않았다.
일전에 한 가게에서 포장 주문을 한 적이 있다. 현장에서 평점 5점 리뷰를 쓰면 무슨 잼을 준다길래 알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근데 리뷰를 보여달라고 해서 (5점 주고 좋게 썼지만) 그냥 잼을 안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럴 순 없다며 봉투에 잼을 같이 넣어줬다. 집에 와서 음식을 먹었는데 기대보다 별로였다. 리뷰를 수정하려고 하니 뭔가 좀 궁색했다. '잼'은 그런 효용이 있었다.
요즘 블로그도 잘 안 한다. 올해 들어 한 달에 한 번 쓸까 말까 한 정도다. 물론 검색하면 여전히 상단에 노출되는 게 몇 있다. 기기나 책 리뷰 같은 게 대표적이다. 그래서인지 잊을 만하면 연락이 온다. 블로그의 존재를 기억하라는 알람 같다. 주기와 빈도가 뚜렷해 한땐 네이버의 알고리즘 작업인 줄 알았다. 보이는 족족 차단했다. 홍보를 가장한 글이 무척이나 싫었다.
밖에서 한동안 급하게 정보를 검색할 때가 있었다. 네이버를 사용했고 블로그가 많이 떴다. 누르는 족족 광고 글이었다. 인플루언서라는 사람들은 포지션을 이용해 광고를 했다. 정보의 질은 무관했고 누리꾼들만 알아서 낚시성 글을 피해야 했다. 그 과정이 불필요하게 피로했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언론사의 후킹을 욕하면서 그것을 그대로 따라 하는 부분에 있었다. 블로그가 파이프라인화 되는 과정에 반복적으로 허위/과장 정보가 양산되고, 이런 현상이 대중화되면서 포털 검색 환경이 악화됐다. 쓰지 않는 이유가 어떤 윤리의 문제보다 저런 글에 당한(?) 기억에서 비롯되다 보니 돈 받고 쓰는 글은 여전히 손이 가지 않는다. 의뢰하는 이나 거부하는 나나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별 의미 없겠지만 그냥 좀 별로다.
근데 성향은 잘 안 바뀌는 듯. 예전에 행사장 같은 곳에 취재 가면 방문객들에게 나눠주는 기념품을 기자들에게도 주곤 했다. 쓰러 간 입장에서 받는 게 좀 껄끄러워 "아, 괜찮습니다"라며 거절하고 다닌 적이 있다. 이게 습관이 됐는지 며칠 전 고객사 업무 미팅 후 그쪽에서 주는 기념품을 습관적으로 거절할 뻔했다. 명분 없는 거절로 서로가 뻘쭘하게 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