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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베라 Mar 19. 2019

나는 왜 이직을 했을까

세 번째 직장에서, 6년차 직장인의 과거 회상


어쩌다 보니 세 번째 직장


직장 6년 차에 세 번째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첫 직장(대기업) 3년, 두 번째 직장(소셜벤처) 약 2년, 그리고 새 직장(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이제 3개월이 지났네요.


(출처: unsplash) 입사 초기엔 저도 제가 제일 오래 다닐 줄 알았습니다만..


사실 첫 직장을 그만둘 때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대기업에서 소셜벤처(지식백과 -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가가 설립한 조직)로의 이직이었고,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퇴사한다는 저를 보며, 선배님들은 걱정했고, 이해하지 못했고, 혹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너 올해 대리 진급 대상자야, 잘 생각해봐라.
여기가 힘든 것 같지, 밖은 지옥이야!
남들도 다 이렇게 살아, 다른 회사도 다 똑같아.
좀 쉬다가 다른 데로 이직할 거지?
여자나이 스물 여덟이면 이미 늦은 나이야.
너 첫째라며, 그거 부모님한테 불효하는 거야!



두렵고 어려웠던 이직 결정


첫 번째 회사에서 퇴사하겠다고 말씀드린 시점부터 완전히 그만두기까지 약 두 달이 걸렸습니다. 인수인계가 한 달이었고, 나머지 한 달은 회사도 힘들고 저도 힘든, 회사에서는 말리고 저는 고민하는 시간이었죠. 막상 퇴사를 앞두고 고민하는 제가 결심을 하게 도와준 건 둘째 동생이었어요.


언니, 언니는 뭘 해도 잘할 거야. 지금 회사에 남아도 잘할 거고, 다른 회사로 가도 잘할 거야. 어차피 잘할 건데 뭘 그렇게 고민해? 그냥 더 재밌어 보이는 걸 해.


전 동생의 고마운 응원이자 조언에 따랐고, 그렇게 퇴사를 했습니다. 두 번째 직장을 떠난 지금도 전 그때 그 결정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첫 번째 직장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업무 권한과 자율성을 갖게 됐고, 사회가 정해놓은 길보다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사는 멋진 사람들(두 번째 회사에서의 동료들)을 많이 만났고, 그때 함께 일했던 상사와 함께 세 번째 직장에서 재밌게 일하고 있거든요.



퇴사를 해야 할까요


여전히 누군가 제게 퇴사를 앞두고 조언을 구하면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워라밸, 연봉, 평판, 자율성 중 무엇을 중시하는지 등), 처한 상황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든지 등)이 각자 다르니까요. 또 어느 회사가 제일이고, 어느 회사가 최악이었다기보다, 각각의 조직에서의 장단점이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면요,


하루에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인데, 남들도 다 그렇게 산다는 말로 불행을 견디지 마세요. 분명 많은 준비가 필요하고 다른 어려움이 있겠지만, 적어도 오늘 하루를 더 즐겁게 보내기 위한 시도는 해보자고요.




(2020/11/17) 어느덧 경력이 7년. 이제 스타트업에서 일한 시간이, 대기업에서 일한 시간을 넘어섰습니다. 얼마 전에 만난 친구가 그 때의 결정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단 한 순간도 후회해본 적이 없냐고 묻는다면, "물론 후회한 적도 있지."라고 말할 거예요.


하지만, 약 4년 전 그 때로 돌아가더라도 전 같은 선택을 내릴 겁니다.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제 자신이 상대적으로 '야생의 환경에서' 많이 성장했다는 게 느껴지거든요. 특히, 첫 회사의 동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언젠간 지금의 경험을 토대로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있는) 큰 회사에서 일하면서, 혹은 제가 속한 조직을 큰 회사로 키워내면서, 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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