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용의 <과학이라는 헛소리> 리뷰
특수한 금속으로 이뤄진 팔찌를 차면 음이온이 방출돼 건강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전자기기에서는 전자파가 끊임없이 방출되는데 특허를 신청한 요 패치를 붙이면 전자파를 모두 흡수해준다고 합니다. 분자구조가 다른 이 특별한 물을 마시면 몸에 있는 노폐물이 빠져나간다고 하고, 저 화장품은 화학 제품 성분이 섞이지 않는 천연물질로만 만들어서 피부에 좋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셨죠?
거짓말입니다. 뭔가 과학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하나도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그런 효과가 어떤 연구를 통해 입증됐는지, 정부 기관으로부터 인증받았는지, 확인해보셨나요? 무엇보다도, 그런 말을 통해서 이익을 보는 것은 누구고 손해를 보는 것은 누구인가요? 이런 점을 잘 생각해보는 데 도움을 주는 책, 박재용의 과학이라는 헛소리입니다.
유사과학, 영어로 하면 수도사이언스(pseudo-science)입니다. 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동원해 뭔가를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엉터리 설명인 경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초자연적인 존재나 현상을 기반으로 한 미신이나 종교와는 다르고,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지만 그 자체를 증명하기엔 대단히 어렵거나 불가능한 과학적 이론이나 철학과도 다릅니다.
유사과학이 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동원해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려는 이유는, 생각해보면 간단합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다양한 학문 분야 중에 가장 높은 지적인 권위를 갖는 분야가 바로 과학, 특히 자연과학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과학’이라는 기호가 가진 지위를 빌려 옵니다.
이들이 권위를 빌려오려는 의도는 ‘이익’입니다. 주로 돈을 버는 것이지만, 유명해지고 싶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내 말을 사람들이 믿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실린 것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과학적 작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과학자나 공학자들마저 주의를 기울이지 않다가 유사과학을 믿기도 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권위를 유사과학의 융성을 위해 기꺼이 내주기도 합니다. 당사자들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사람들은 TV에서 ‘의학정보’를 제공해준다고 하는 프로그램에서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복권을 긁는 것과 비슷한 심리로 유사과학을 믿습니다. 저는 ‘혹시 모르잖아’라는 문장으로 요약하는 태도인데요. 나에겐 미지의 것인데 누군가가 ‘이거 좋다니까’라고 이야기할 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행위의 경우의 수를 표로 그려보면 실제 효능과 상관없이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쪽이 이익이거든요. 특히 이게 ‘이거 위험하다니까’라는 공포 마케팅으로 전환하면, 이익보다 손해에 훨씬 민감한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쪽을 선택합니다. 그러면 효능과 상관없이 ‘기분’이 좋거든요.
이런 헛소리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은 과학적 태도입니다. 과학적 태도란, 어떤 명제에 대해 우리의 감각과 도구를 이용한 관찰 결과와 현상에 기반해 메커니즘을 밝혀내고 재현가능한 것인지 따져보는 태도를 말합니다.
제가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과학적 태도라고 말씀드리는 이유는, 현재 우리가 일궈놓은 과학적 성과 또한 ‘진리’라고 말할 수 없다는 수많은 철학적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불안정한 과학적 지식이 우리가 현재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상들이기도 합니다. 이들을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과학적 태도’를 지닌 연구 결과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함께 추천드리는 콘텐츠는 카카오 웹툰 ‘유사과학 탐구영역’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유사과학을 만화 형식으로 친절하게 소개하는 만화입니다. 유사과학을 이용해 상품을 팔고 싶어 하는 잡상인과 그의 말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생명과학과 대학생이 주인공입니다. 책이라는 매체 자체에 약간의 지루함이나 거부감을 느끼신다면, 만화로라도 읽으시는 게 여러분의 정신건강과 지갑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