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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미 Mar 04. 2020

D+70 | 명함의 미학

5부 | 무궁무진한 우리의 앞날 - 퇴사하기 좋은 날

-D+70 | 명함의 미학

[그림31] 콘크리트 바닥에 피어난 잡초

퇴사를 했더니 주변인들로부터 축하 메시지가 쇄도했다. 그렇다 모든 퇴사는 일단은 축하하고 볼 일이라고 생각한다. 퇴사를 하고 자유로워진 몸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느라 분주하다. 처음엔 PPT로 디자인 한 간이 종이명함을 가지고 다니다가, 이제는 제대로 뽑은 명함을 건네며 소개를 한다. 명함은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가장 먼저 그에게 복된 삶의 모습을 담은 뜻깊은 이름을 지어주며 일생 동안 이름처럼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길 기원한다. 누군가 내 이름을 불러줄 때마다 우리는 모두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 뜻을 닮은 삶에 가까워지는 마법 주문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회사에서 정한 양식대로 직함과 이름과 개인정보를 수록한 영혼 없는 명함이 아닌, '꿈'으로 만든 명함은 자신이 꿈꾸는 미래와 자기 철학이 담겨있기에 그것을 누군가에게 건네며 소개하는 그 순간만큼은 꿈꾸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닐까? 그 과정에서 꿈에 조금씩 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언젠가 더 많은 아티스트와 창작욕구가 넘치는 대중들이 만나 함께 세상에 하나뿐인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무궁무진스튜디오를 꿈꾼다. 새로 만난 사람들에게 명함을 건네면서, 나는 오늘도 꿈을 향해 떠나는 마법주문을 외운다.


그러고 보니 내 이름 然載(그러할 연, 실을 재)에 대한 나의 해석도 그동안 점점 변해왔다. '그러하다' 무엇이 그러하다는 것인가? 고민하며 삶에서 실어날라야 할 무엇을 찾아 방황하던 시절이 있었고, '그러고 나서, 연후에' 흘러 흘러들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점점 더 '명백하게' 보이는 꿈을 '가득 싣고' 어디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작은 배의 선장이다.


 내 나이 서른하고도 하나, 길고도 길었던 서론이 마침내 끝났다. 이제 본론을 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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