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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K Sep 25. 2019

6. 서른둘 여자, 스물여섯 남자 - 충격적 사건

"대체 나는 무슨 짓을 한 거야?"

"대체 나는 무슨 짓을 한 거야?"



3월 1일. 나는 연애 시작 후 일주일 만에 그와 월미도로 여행을 갔다. 그곳은 내가 생각했던 모래사장은 없었으며, 뷰 또한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그와 함께한 여행이라는 이유만으로 설레는 마음이었다. 더욱이 백수로 지칠 대로 지치고 불안정했던 내 마음은 거리는 짧았지만 여행으로 인해 그나마 마음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 설렘과 편안한 마음에 그날 저녁 우리는 회 한상을 거하게 차려놓고 집에 가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친 해 '짠'을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짠'을 했을까. 취기가 올라왔고 이제 그만 숙소로 돌아가야 했다. 만취한 우리 둘은 추위는 잊은 채 꽁냥 거리기도 하며, 불꽃도 터트리며 숙소로 향했다.


그와 함께 먹었던 월미도의 회
역시 밤바다는 불꽃놀이


숙소로 돌아갔을 때 나에게 있어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누군가가 들으면 그게 뭐 대수냐 하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화장을 지우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섰다, 같이 세수를 하자며 욕실 거울 앞에 선 우리 둘. 세수를 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던 순간 내 위에서는 알코올들이 내 위를 더 자극했고 안간힘을 쓰며 '구토'를 막아내고 있었다. 겨우 내 위를 달래며 진정시킨 후 그에게 말했다 "토 할 것 같아" 술에 취해있던 나는 너무 뻔뻔하게도 부끄럼도 없이 당당하게 그에게 말했다. 그는 말했다 "등 뚜들겨 줄게" 등을 뚜드려 준다던 그를 극구 사양하고 화장실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시작된 그날 밤의 사건. 화장실에서 그가 나가자마자 나는 토를 시작했다. 토하는 게 뭐가 어떻겠냐 하겠지만 토하는 소리를 그가 들을 걸 생각하니 부끄러움에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대체 나는 무슨 짓을 한 거야?"


화장실에 멍하니 서서 자괴감에 빠져있던 나는 한참 뒤 안정을 찾은 나는 반쯤 넋 나간 얼굴로 화장실을 나갔다. 그렇게 나는 그와 연애 일주일 만에 토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게 되었다. 사실 지금도 가끔 회식하고 집에 가는 길 그에게 수화기 너머로 토하는 소리를 들려주곤 한다. (여전히 부끄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그는 나의 이런 모습까지 귀엽다, 사랑스럽다 해주었다. 콩깍지가 단단히 씐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그날 밤 우리 둘은 아니 적어도 나는 못 볼 꼴을 보이며 잠이 들었고 다음날 아침 전날 밤의 창피함은 잊은 채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차이나타운은 월미도에서 23번 버스를 타면 한 번에 갈 수 있었다. 차이나타운에 도착한 우리는 차이나타운을 방문한다면 꼭 먹어야 한다는 백짜장을 먹기 위해 백짜장 집 앞에서 줄을 섰고 30-40분을 기다린 후에야 백짜장을 먹을 수 있었다. 백짜장을 먹고도 양이 부족했던 우리는 길거리 음식을 먹기 위해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는 양 꼬치를 선택했고 나를 위해 마카롱을 사줬다. (우린 마카롱으로 맺어진 인연이니까)



첫 번째 여행. 1박 2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와의 첫 여행에서 무탈하게 돌아왔다.

어떤 모습에도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는 그에게 내 마음의 자리를 더 내어주며 내 첫 여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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