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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KK Sep 05. 2019

3. 서른둘 여자, 스물여섯 남자  - 오해

그의 대답 "집에 가야죠"

"집에 가야죠"




'집에 가야죠' 집에 간다는 말이 뭐라고 아직도 나는 저 대답이 생생하다. 남들이 들으면 저 말이 뭐가 어떻겠냐 싶다만 그를 만나고 처음으로 내 멘탈을 흔들어놨기 때문이다.


그의 취미는 당구와 노래방 가기.

한 달에 두어 당구를 치러가는 그였기에 당구를 치러 간다고 하면 언제나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다.


그와 첫 만남 이후 내가 좋다던 그와 계속 연락을 이어갔다. 그리고 어느 평일 밤. 그는 모든 일(여기서 일은 job)을 끝내놓고 당구를 치러 가고 싶다고 했다. 아직 사귀지도 않을뿐더러 그의 취미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다녀오라고 했다.



언제나 그의 당구 코스는 당구장-노래방이었다. 그날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12시가 다 되어 가는데도 그의 당구가 끝나지 않고 있어 걱정이 됐다. 다음날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그였기에 이렇게 늦게 가도 되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그 걱정과 함께 12시가 조금 지난 뒤에야 그는 당구가 거의 끝나간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이제 노래방 가겠네요?"

그에게 답이 왔다 "집에 가야죠"



그리고는 아무런 답이 없던 그.


그의 카톡을 본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앞뒤 설명 없는 '집에 가야죠.' 라니 ... 나는 그 문자에 혼자 수많은 생각들이 들었다. '그래 집은 가야지. 그런데 집에 간다고가 다야?' 그리고 나 혼자만의 결론. 그가 나와 연락을 억지로 이어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기 시작했다. 가끔 혼자서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가 지금이었다. 혼자 너무나 많은 생각을 했고 결국 혼자만의 결론을 내렸다. 그는 나와 연락이 하고 싶지 않은 거라고. 그렇게 나는 그의 뒷말을 기다리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 잠이 들 수 없었지만 잠을 자기 위해 노력했다. 시작도 전에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나의 강한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참이나 나중에야 그의 친구와 함께 하는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의 친구에게 물었다.


"집에 가야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의 친구는 대답했다 "야, 네가 잘못 했네"


조금은... 아니 조금 많이 서운했었을 그때의 내 마음을 그의 친구는 알았던 걸까. 그의 친구는 내 편을 들어주었고 나는 비로소 그때야 그날의 서운함을 그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내 마음에 있던 서운함도 비울 수 있게 되었다.


여전히 그는 가끔씩 "집에 가야죠"를 말한다. 그리고 이제는 그의 대답은 억지로 하는 대답이 아니라 나름의 최선을 다해 답하고 있다는 걸 알고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오해가 끝난 뒤 확신이 왔다.
그리고 그 확신이 있던 날 나는 그의 앞에서 주저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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