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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수 Dec 13. 2021

2021년 회고록

Intro

세월이 갈수록 시간은 점점 더 빠르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금세 12월이 찾아왔다. 올해의 마지막 달에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정리해 본다.


사실 다사다난이란 말을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게까지 많은 일과 어려움이 있었던 적이 있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괜히 유난 떠는 느낌이랄까. 인생을 평탄하게 살아와서 그럴 수도 혹은 어려움이라는 기준이 높아서 어지간한 일은 별 것이 아니라고 치부해서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올해는 약간 다사다난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는 최대한 조금이라도 일과 관련된 내용만 정리하겠지만 사적인 일로도 힘든 것이 있었다. 그렇기에 분명 올해는 다사다난했다.


1) 이직

작년 12월에 이직을 했었는데 올해 8월에 또 이직을 했다. 작년 회고를 보면 당시에도 힘들어했다. 하지만 입사 초반이라 그런 것이라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어려운 길이라도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도중에 하산하는 것을 싫어하는데 이번 길 더 걸어가고 싶지 않은 길이었다. 결론은 적응하기도 힘들었고 적응하고 싶지 않았다. 적응에 실패한 패배자의 변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소리를 듣더라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만큼 나에게 시련의 시간이었다.


회사 자체는 나름 좋은 회사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업무도 워낙 다양하니 내부에 나와 맞는 다른 직무가 있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지금도 묵묵히 그 일들을 잘 해내는 분들이 계시다. 결국은 내가 문제라는 것이다.

PM 업무를 하기에는 해당 도메인에 대한 경험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히스토리 부재는 더욱 큰 고통이었다. 사소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소비되는 에너지의 소모가 너무 컸다. 물론 그 이전 회사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첫 직장을 해당 업무로 시작했다면 이렇게 업무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구나 하고 수용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존의 업무 스타일은 어떤 내용을 해당 담당자에게 물어보면 빠르게 피드백이 왔다. 하지만 여기서는 답변이 느린 것은 이해하더라도 누가 담당자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더욱 큰 일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파악한 내용은 얄팍한 지식에 불과하다. 직접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고 코드도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설명만 듣는다. 문제가 되는 부분에 해당하는 로직만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의나 보고를 하러 간다고 생각해 보라. 거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내가 가진 지식에 비해 좀 더 깊은 내용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러면 늘 '확인해 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야 한다. 이 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확인을 하기 위해 소모되는 비용이 크고 담당자 자체를 찾는 것이 곤욕이다. 이것이 반복되는 나날이었다.

개발을 하는 줄 알고 옮긴 곳이지만 그곳에서 말하는 개발과 내가 생각하는 개발의 의미는 너무나 달랐다. 실제 코딩은 협력사가 진행한다.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내다 보니 일에서 성취감을 얻기 힘들었고 자존감도 하락했다. 그에 따른 스트레스는 덤이었다.


결국 다시 개발자로 돌아왔다. 조금 바쁜 시기라서 힘든 점도 있었지만 나름 즐겁게 일하고 있다. 혹시라도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면 과거를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은 별로 힘들지 않게 되는 효과가 생겼다. 이것이 지난 직장에서 얻은 소중한 자산이라면 자산이다.


생각보다... 나 개발 좋아하네?


2) 업무

서비스 업체의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로 복귀했고 만족 중이다. 기존에는 제조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서비스 업체에서 사용하는 기본적인 기술 스택 경험을 많이 쌓지 못하는 아쉬움이 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서비스 앱이란 자고로 서버와 통신하여 데이터를 주고받는 일련의 동작들을 포함하는 앱이다. 이런 것만이 서비스 앱은 아니겠지만 뇌피셜이 그렇다. 소위 말하는 '네카라쿠배당토직야'의 앱 같은 것. (물론 제조사 앱 중에도 유사한 앱이 있다.)

현재 개발하는 앱도 대부분의 서비스 앱과 마찬가지로 http 통신을 많이 한다. 관련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전무한 것은 아니다. 성격은 약간 다르지만 웹 소켓, TCP/UDP 기반 소켓 통신, http 통신을 하는 앱을 개발한 적도 있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조금 공부해 놓은 것들이 도움이 됐다.


정말 작고 사소한 경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던 것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번 경험해 보고 안 해보고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숙련자에 비해서 더 능숙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는 것은 어렵겠지만 관련 업무가 주어졌을 때 대략적인 개념과 흐름을 알고 모르고에서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 같다. 물론 몰랐어도 금방 익힐 수 있을 만큼 얄팍한 수준의 지식이지만 말이다.


http 통신은 하나의 예이고 다른 여러 기술 스택을 점점 늘려갈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조금 아쉬운 점은 레거시 코드의 품질이다. 반드시 리팩터링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것은 나에게 주어진 크나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달라진 것은 일정이다. 제조사는 제품 출시와 OS 업데이트에 맞춰서 큰 흐름이 흘러간다. 하지만 서비스는 정기 업데이트와 비정기 업데이트가 존재한다. 이건 유사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다른 점이 있었다. 그리고 점검 및 배포일이 존재하는 것도 신선한 차이로 다가왔다. (점검일에는 회사 생활 통틀어 처음으로 새벽에 출근을 해봤다.)


근무형태는 위드 코로나 이전에는 완전 재택근무였고 필요한 날 출근한다고 알리고 사무실로 출근했다. 위드 코로나 이후 완전 출근으로 변경되었다가 확진자 수가 심상치 않은 현재는 주 2회 출근하는 순환 재택근무 중이다. 출퇴근은 시간과 에너지가 꽤 소모되기 때문에 재택근무는 역시 아주 좋다. 순환 재택이 오래 지속되면 좋을 것 같다는 작은 소망이 있다. 코로나는 빨리 끝나고!


3) 강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였지만 내향적이고 발표 울렁증이 있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던 강의를 올해 해냈다. 예전에도 온라인 교육 업체에서 강의 요청을 받은 적이 있는데 잘 모르는 내용이라 고사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대학교에서 플러터 강의 요청을 받았다. 플러터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입문자를 위한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왜냐면 플러터 입문서를 썼으니까... 그래도 완전 비기너에게는 내가 조금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책 내용 기반으로 강의하기 위해 출판사에 상관없는지 문의해서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만 강의자료가 있다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구를 넣어달라고 하였다. 이번에는 학교 측에 해당 문구를 넣어도 되는지 문의했고 또 괜찮다는 답변을 들었다. 단, 프로젝트는 책에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심화된 내용으로 진행하길 원한다는 요청을 받았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강의인데 실시간 강의는 평일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하여 녹화 강의로 진행하였다. 처음엔 녹화를 하게 되면 뭔가 편집도 해야 할 것 같고 더 잘하려고 계속 반복할 것 같다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녹화로 하길 천만다행인 것 같다. 처음 하는 강의를 실시간으로 한다는 건 이제 막 데뷔한 연예인이 생방송을 진행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니까.

아무튼 총 15시간 분량의 강의를 녹화했고 현재 학생들에게 오픈된 상태이다. 늘 지나고 나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또 있으면 아쉬움을 줄일 수 있게 더 최선을 다해야겠다.


4) 학습

올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굉장히 생산성도 저하되었다. PM 업무에 당장 코딩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개발 관련 학습을 할 시간에 업무 관련 공부를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업무 관련 공부를 치열하게 했나? 그건 아니다. 일차적으로 당장 업무에 연관된 것들에 대한 학습은 사내 자료가 필요했다. 범용적인 서버에 대한 기본 공부를 하는 것이 도움은 되겠지만 당장의 효과가 없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업무를 쳐내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기였다. (다 핑계죠?) 진짜 오래 이 업무를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면 AWS, GCP, CDN, DRM 등의 기본기를 하나씩 쌓아가는 게 맞았다. 물론 개발을 해도 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다. (그러니까 다 핑계죠?)

오히려 개발 스킬이나 좀 더 늘려보자는 마음으로 써보고 싶었던 라이브러리를 써보거나 괜히 안드로이드 jetpack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개발 실력을 키워서 다시 개발자로 돌아가야 된다는 내면의 신호가 표출된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학습량이 올해는 더 적었다는 것이 결론이다.


학습을 하면서 작년의 목표였던 앱 출시하기를 달성하긴 했다. 정말 별거 없는 앱이고 문제점이 많은데도 방치하고 있는 상태지만 아무튼 스토어에 등록했다. (억지 목표 달성)


최근에 시작한 '패턴을 활용한 리팩터링' 독서 모임이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둬주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많은 훌륭한 참여자 분들에게 가르침을 받을 기대.


5) 장비

이건 좀 쓸데없는 내용일 수도 있다. 이런 게 회고에 들어가는 게 맞나 싶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반성의 회고다.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미루고 미루던 의자 교체를 했다. 의자 배송이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그런데 의자가 도착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재택근무가 잠시 없어졌었다. 약간 허망했는데 역시 고민은 배송만 늦출 뿐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어차피 바꾸기로 마음먹었으면 하루빨리 바꿔서 좋은 것을 누려야 한다. (여전히 회사 의자가 더 편한 것은 함정이다.)


최근 특히 PC 앞에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인지 드디어 직업병이 찾아온 것인지 모르겠으나 오른쪽 손목이 약간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손목 터널 증후군을 예방하자고 예전부터 버티컬 마우스를 사볼까 고민했는데 결국 이렇게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나서 부랴부랴 구매했다. 사무실, 집 모두 버티컬 마우스로 바꿨다. 적응 안 되면 어쩌지나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너무 쉽게 적응되었고 오히려 기존 마우스가 어색하게 되었다. (버티컬 마우스, 손목 건강을 위해서 정말 추천합니다.)

마우스를 바꾸니 괜히 키보드도 바꾸고 싶어졌다. 몇몇 개발자들은 키보드에 대한 관심도 많다. 난 그렇진 않았는데 좋은 마우스는 확실히 좋은 걸 알게 되니 키보드도 그렇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름신이 온 것) 그런데 확실히 좋다. 후회가 없다. 키보드 마니아들 기준에선 비싼 제품도 아니다. 오히려 더 고가의 제품은 나와 맞지 않았다. (다행 of 다행) 타이핑하는 기분이 좋아서 생산성이 증가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로 증가할지는 두고 봐야 될 것 같다.


스마트폰 외에 매일 손이 닿는 장비에 대한 투자를 아낀 것 같은데 결국 이렇게 될 거였으면 하루빨리 누렸어야 한다.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귀찮다고 미루지 말자. 나에게 잘 맞는 것이라면 조금 비싸다고 망설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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